백담 백종희 서예술전Ⅲ
백담 백종희 서예술전Ⅲ
  • 김미진
  • 승인 2011.03.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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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인내, 정진, 초심…. 중견 서예가 백담(百潭) 백종희(51)씨는 옛 선현들의 아름다운 명귀와 싯귀도 붓글로 담지만 생활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감정과 단어도 유독 즐겨 쓴다. 대부분 백담의 성격처럼 긍정적 철학을 담은 단어들이다. 서예의 대중화를 향한 작가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으며, 친숙하기는 해도 절대 가볍지 않다.

초등학교에 입학 전부터 서당을 다니면서, 한문을 배우고 깨우쳐 진지하게 서예를 한 단계 한 단계 알아갔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다. 고도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빠르면서도 능숙한 붓놀림을 지난 서예가가 ‘일필휘지’로 선보인 작품들은 그 자체로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8년 만에 세 번째 개인전 나들이에 나선 백담. 26일부터 31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백담 백종희 서예술전Ⅲ’에서는 오랜 기간 작업실에서 붓글과 손글에 만 함몰돼 살아 온 지난 시간을 토해내듯 오묘한 먹빛을 선보인다.

아침 식사 후 끼니를 거르고 장장 16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완성한 ‘대동천자문’은 그야말로 인고의 산물이다. 국전지에 예서로 쓴 11폭의 작품은 중복되지 않은 1000자로 이뤄진 것이 특징으로 우리 역사와 인물, 풍속, 속담을 주제로 삼고 있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예서 목간체로 써 내린 서산대사의 시 답설(踏雪)은 질박하고 거친 느낌의 붓질이 자유분방한 백담의 모습과도 잘 어울려 보인다. 백담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삶의 지향점이기도 해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궁중여인들이 즐겨쓴 예쁜 글씨와 서민들이 격의 없이 재미있게 쓴 가사체도 백담의 붓질을 만나 새 옷을 입었다.

중년의 길목, 많이 배우고 공부했다. 지난 시간, 지극히 전통적인 것에만 매몰된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조화, 그리고 여백, 절제미의 중요성을 알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멀고도 험한 서예의 길에 선 백담은 이제야 먹물따라 가는 붓길이 즐겁고 희망을 심어주는 봄길 임을 고백한다.

그는 서예로 옮기는 작품만큼은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분위기를 잘 전달해야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실험이 두렵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도 글귀와 그림에 어울리는 종이의 색을 찾기 위해 직접 포도껍질과 치자, 소목 등으로 종이를 염색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문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작품 오른편에 한자가 나오면 반드시 왼편에 한글 뜻풀이를 하는 수고를 잊지 않았던 서예가의 정성도 고맙기 그지없다.

백씨는 여산 권갑석, 백하 김완영 선생을 사사, 현재 한국서가협회, 한국예술문화원, 한국서예연구회 초대작가와 이사로 활동 중이며 백담서예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미진기자 mjy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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