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11> 先則制人 - 선즉제인
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11> 先則制人 - 선즉제인
  • 박기홍
  • 승인 2011.03.22 16: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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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치고 나가기…칼 빼든 손
<11>先則制人 - 선즉제인

선수를 치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남보다 빨리하면 유리하다. 정치권이 모토로 삼고 있는 구호다. 대권가도를 달리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전북공략 움직임이 흡사 이렇다.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의 안방을 차지하기 위해 전북의 역할론까지 언급하고 있다. 손 대표 측의 선즉제인을 무협지 형식으로 조명해 본다.



민주문파의 학규방주는 가슴 깊숙이 뿜어 나오는 희열로 밤새 뒤척였다. 무림의 절대지존 노짱의 오른팔이었던 강원도부 전 광재성장의 말이 귓전을 울린다. “학규방주가 중원의 패자, 나아가 새로운 왕이 돼야 한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힘이 불끈 솟는 학규방주는 부안성으로 말머리를 돌린다.

민주문파의 2대 본산지 중 하나인 전남무림이 수중에 들어오고 경기와 충남의 중원, 강원무림의 고수들이 힘을 보태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셈이다. 정대인과 세균도사가 양분하고 있는 전북무림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야심이 학규방주의 마음을 재촉한다. 새만금 둑방 86리(里) 길에 내걸린 초록, 노랑, 주황의 형형색색 깃발에 새겨 넣은 ‘민심’, ‘희망’ 대장정 글귀가 확연하다. 부안고을의 호수수령이 방주를 맞기 위해 밤새 민주문파의 복잡한 속사정을 깃발로 엮은 것이다. 전국 고을 방방곡곡의 백성들을 찾으면서 점차 위력을 더해가는 풍찬노숙검을 허리춤에 찬 학규방주는 호수수령을 은밀히 불러 전북무림의 지지세력에 회합 연통문을 돌리라 말한다.

때는 신묘년(2011년) 삼월 열여드레의 야심한 밤. 천년 역사를 간직한 부안 내소사에 수려한 공자풍 외모의 춘석거사가 맨 먼저 당도한다. 귓불이 아래 턱까지 흘러내린 군산성의 맹주 봉균현자가 한 손에 제갈양의 백우선처럼 단아한 부채를 들고 나타난다. 이윽고 완주고을의 정엽수령과, 부안고을 호수수령이 학규방주와 자리를 같이한다.

학규방주는 “임진년(2012년)에 한나라문파와 대권대첩에서 승리의 깃발을 쥐기 위해선 전북무림이 마음의 신발끈을 꽉 조여 메야 한다”고 사자후를 토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봉균현자는 전북무림의 지존 정대인을 포위하고 세균도사의 발을 묶는 이른바 ‘반(反) 정-정’ 비책을 내놓는다. 정대인의 본방인 전주성을 중원의 무림고수들과 지방검객들이 에워싸 한 순간에 포위하겠다는 전략이 비책의 줄기를 이룬다.

찬바람이 소슬한 이날 밤, 학규방주는 부안 관아에서 민초들을 향해 전북무림의 대표인 춘진거사를 하늘로 붕 띄우는 ‘뿅가리 권법’을 구사하고 전주성 포위 작전의 전략적 요충지인 김제성의 맹주 규성거사를 찾아 나선다. 학규방주는 규성거사를 찾아 정대인에 대한 감정을 자극하고 호남출신 대권불가론을 외친다.

‘반(反) 정­-정’이 비책이 중원의 고수들 사이에 호응을 얻자 호남출신 대권 필패 병법서를 손에 든 학규방주는 곧바로 춘석거사를 총사령관에 명하고, 부안고을의 호수수령과 완주고을의 정엽수령을 좌·우에 배치한다. 무림지도를 펼쳐든 학규방주는 전주성 북쪽 호남제일문과 김제성이 맞닿아 있는 전주 서신고을, 정대인의 절친인 강래거사의 보급로 차단을 위해 완주고을 상관 터에 진지를 구축하고 전주성 포위작전에 계획한다.

군산과 익산성의 민초들을 이끌고 호남제일문쪽에 진지를 친 춘석거사는 경인년(2010년) 민주문파의 방주 경합에서 유일하게 학규방주를 지원해 살수의 승을 따냈다. 임전(臨戰)의 그가 이번엔 세대교체 장검을 휘두르며 전주고법 유치권법과 농업클러스터 비책을 가다듬고 있다. 한때 서당 훈장을 지내다 햇볕초식의 대중검자와 30년 전장을 누볐던 백전노장 호수수령은 동문 수학의 인연을 들어 중원 무림의 고수 춘진거사와 세환거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부안 토종권법을 익힌 호수수령은 중원의 무림사정에 밝아, 정읍성의 기철검자가 무당파의 성엽거사와 일전을 앞두고 있는 것을 간파한다. 학규방주의 도움을 얻어 정읍성 공략에도 공력을 쏟는다는 계산이다.

같은 시각, 지난 계미년(2004년)과 경인년 대회전 등 수많은 피의 전투에서 무패 신화를 이어온 정엽수령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규성거사와 함께 정대인의 동지인 신건거사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천문과 경제 셈법에 능한 봉균현자는 오는 사월 스무여드렛날을 기일로 잡는다. 4.27대첩에서 민주문파가 승리하고 그 여세를 몰아 전북무림을 손에 넣는다는 계산 아래 하늘에 제를 올린다.

박기홍기자, 서울=전형남기자



**등장인물: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정세균 최고위원, 김춘진 도당위원장, 강봉균 의원, 이춘석 의원, 장세환 의원, 이강래 의원, 최규성 의원, 임정엽 완주군수, 김호수 부안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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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2011-03-30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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