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10> 濟河焚舟
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10> 濟河焚舟
  • 박기홍
  • 승인 2011.03.15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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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완산을' 다시 불붙다
<10>濟河焚舟: 제하분주

적을 치러 가면서 강을 건넌 뒤 배를 태워버린다는 뜻. 필사의 각오로 전쟁에 임하는 상황을 말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연이 뿌연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 중의 하나가 전주완산을이다. 현역의 수성에 입지자들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난타전이 예상되는 이곳의 상황을 이종격투기로 가상해 방송중계 형식으로 접근해 보았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전주 완산을 종합경기장입니다.

지난주 마라톤 경기에 이어 이번 주에는 화끈한 이종격투기 준비상황을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이종 격투기는 발로 차고 허리와 목을 꺾는, 한 마디로 변칙과 일격필살(一擊必殺)이 가능한 경기 아니겠습니까. 말 그대로, 한 번의 공격에 상대방이 죽을 수 있는 만큼 이번 경기는 누구도 승리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죠. 당초 이곳에선 국회의원컵 유도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참가 선수들의 개성과 주장이 워낙 강해 ‘힘센 사람’이 이기는 이종격투기로 종목을 바꿨다는 후문입니다.

벌써 장외에서 한 차례 기 싸움이 벌어졌다죠? 왕년의 스타 이광철 선수가 “완산을 관객으로부터 심판을 받고 싶다”며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선수 참여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대회 챔피언인 장세환 선수에게 공식 도전장을 던진 것이죠. 장 선수는 말 없이 “허허허!” 웃기만 했습니다. 장 선수, 자신이 있다는 말이죠. 민주체육관과 국민참여체육관의 대표 선수들이 한차례 잽을 날린 것입니다.

장 선수는 내년 대회를 겨냥해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민주체육관 경기 기술위원인 천정배 감독으로부터 허리치기와 상대방의 편법 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당겨치기, 꺾기 기술을 전수받고 이종격투기 암바로 승화시켰죠. 확실한 실력으로, 혹 민주체육관 중앙위원 차원의 야권 연대후보 출신 봐주기식 불공정 심판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지난 대회에서 유도계의 전설 정동영 덕진 감독만 믿었다가 1차 예선에서 탈락한 이상직 선수는 어떻습니까. 아직 감독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확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정 감독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식 감독 계약서는 체결하지 않고 있다죠. 변칙 플레이가 난무하는 이종격투기 성격상 다른 감독들에게 찍히면 시작 전부터 게임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 선수, 러시아 푸틴대통령처럼 고교시절 유도 유단자 자격을 획득한 배대뒤치기, 허벅다리기 후리기가 주특기입니다. 모두 상대방을 하늘로 붕 띄워 이기는 기술입니다.

노란색 줄무늬가 그려진 경기복을 입은, 저 선수는 누구입니까? 아! 국참체육관의 이광철 선수군요. 단벌 신사인 이 선수가 한때 몸담았던 민주체육관 도복은 초록색이지 않습니까. 갑작스럽게 국참체육관으로 옮기면서 옷을 바꿔 입고, 야권 연합후보 선발이라는 한판 업어치기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옷 색깔 시비가 일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장외에서 조심스럽게 스파링을 하고 있는 선수가 눈에 띕니다. 누구죠? 아! 유망주 발굴의 산실인 전북의회체육관의 주장 김호서 선수이군요. 저 선수, 한방이 있지 않습니까. 트라이앵글 초크(삼각조르기)의 대가인데, 정세균, 손학규, 구민주계 감독을 삼각대 삼아 정동영 감독 인맥을 포위하는 방식으로 의회체육관 주장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있습니다. 챔프 장세환 선수와 한솥밥을 먹는 처지여서, 일단 국회의원컵 쟁탈전에 참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두고 볼 일입니다.

푸른색 체육복을 입고 쌍발통 카트를 굴리는 한나라체육관의 정운천 선수는 체력안배를 하는 모습입니다. 농업 CEO 출신으로 한때 공직에 몸담았던 정 선수는 ‘지역분파에 따른 불공정 시비 막을 수 없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2등 선수도 우승자격을 주는, 이른바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격투기의 본 고장 일본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인데, 쉽게 말해 패자부활전이죠.

어? 체육관 밖이 왜 이렇게 어수선합니까? 손학규·정동영·정세균·천정배 등 민주체육관 소속 4명과, 국참체육관 유시민 심판, 한나라체육관의 안상수 심판 등 사상 초유의 6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심판단이 경기 방식을 놓고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입니다. 국참체육관의 유 심판이 한나라체육관과 숙명의 대통령컵 혈전을 위해서는 체력 안배가 중요하니, 이광철 선수를 부전승으로 완산을 경기장 최종 후보에 올리자는 의견인가요? 물론 다른 체육관 선수들과 심판들은 반대하지 않겠습니까. 정운천 선수의 후견인인 안상수 한나라체육관 심판은 경기에서 아깝게 패한 선수에게 우승 트로피를 주자고 강변합니다. 완산을 매치, 갈수록 흥미 진지한 게임이 예상됩니다.

박기홍기자, 서울=전형남기자hn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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