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내려놓음
  • 황선철
  • 승인 2011.03.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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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 노·사간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파업 97일째를 맞는 14일 현재 전주시내버스 운행율이 90%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버스를 이용하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다소 완화될 것 같다.

하지만 노·사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은 여전히 내재되어 있다. 이는 복수노조와 관련된 것으로 근본적 해결이 쉽지 않다. 파업 노조원들의 투쟁 수위에 따라서 다시 운행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정치인, 시민단체, 종교인 등이 있지만, 노?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간의 대화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민심은 분열되어 가고 있다.

마치 노동자측과 사업자측이 백병전을 치르는 것 같다. 이 싸움의 본질은 가면을 쓴 권력투쟁으로 보인다.

권력에 집착하고 권력에 눈이 뒤집힌 자들이 권력에 대한 욕망을 숨긴 채 헛소리만 하고 있다. 그들은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고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면서 본질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서로 간에 소통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치권력이 되었건 언론이 되었건 노조가 되었건 사용자가 되었건, 힘센 것들이 힘없는 버스이용객들을 이처럼 능멸하고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할 말을 잊는다.

말 한 마디라도 할 것 같으면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 어느 쪽으로 편입되어야 버스파업이 해결되는 것인가?

지금 이 권력투쟁의 아수라장 위로 적대하는 자유와 정의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다시 한 번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노동3권 보장도 원하고 버스 정상운행도 원하고 노?사간의 평화도 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일이 좀 더 수월해지기를 원한다.

평생 한 번도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적이 없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느 편이냐고 묻지 말라. 당신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겨레 신문 전 논설위원이었던 김선주는 그녀의 인생의 좌우명으로 “비겁하게 살지언정 쪽팔리게 살지 말자”로 삼았다고 한다. 이는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지고 살자는 말일 것이다. 비합리적인 편 가르기는 염치도 없는 것이다.

현재 노·사간의 싸움은 상대의 존재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죽기살기의 싸움이다. 적개심에 불타는 언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지역정서’ 또는 ‘여론’이라는 이름의 허깨비들은 사태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어떠한 것이 여론인지 모르면서 여론을 빙자하고 있다.

이 엄청난 사태 앞에서 ‘책임을 진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책임을 지라’고 떠들어 대는 것도 무책임한 짓이다. 어느 누가 ‘책임을 진다’고 한들 하나마나한 소리이다.

노·사는 버스파업을 해결할 최적의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길이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길인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길을 알면서 모르는 체 하는 지도 모른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서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노동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언론권력이든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권력에 집착하면 할수록 해결의 전망은 어둡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실천할 때이다.

한때 막혔던 강물도 반드시 흐르게 마련이며, 우측으로 흐른 강물이건 좌측으로 흐른 강물이건 마지막 도달하는 곳은 인간주의의 바다요 민주주의의 바다요 평화주의의 바다이기를 바란다.

지난 11일 오후 2시46분경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지역 동족 연안에서 규모 9의 강진과 10미터가 넘는 쓰나미로 일본 열도가 대재앙을 맞고 있다.

앞으로 전북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다. 버스파업으로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불신풍조가 팽배해지지 않도록 빠른 해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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