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검사 임용 논란을 보고
로스쿨생 검사 임용 논란을 보고
  • 유길종
  • 승인 2011.03.07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길종 변호사



법무부는 얼마 전에 각 로스쿨 원장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로스쿨 졸업예정자 가운데 성적우수자를 선발하여 이들을 상대로 실무교육을 한 다음 이들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검사로 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법연수원생들은 이에 반발하여 입소식에 불참하는 등의 집단행동을 한 바 있고, 젊은 변호사들도 위 방침의 철회를 위한 집회에 나선다고 예고하는 등 법조계가 이 문제로 어수선하다.

사법연수생들이나 일부 변호사들이 법무부의 위 방침에 반대하는 이유는, 법무부의 위 방침이 로스쿨제도의 도입취지 내지 법조일원화 정책에 반한다는 것과, 선발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법무부의 위 방침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법연수생들이나 변호사들이 이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들의 본분에 걸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이고, 그들이 반대의 이유로 내세운 것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법조일원화라는 것은 넓게는 변호사로서 일정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판·검사로 임용한다는 것이기는 하나, 법조일원화의 핵심은 변호사 경력을 갖춘 사람을 법관, 즉 판사로 선발한다는 것이다. 로스쿨제도의 원산지인 미국의 경우 판사는 로스쿨 수료생을 곧바로 선발하지 않고 일정한 변호사 경력(또는 로클럭 경력)을 갖춘 사람 가운데 선발하지만, 검사는 로스쿨 수료생 중에서 곧바로 선발하기도 하고, 변호사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기도 하는 등 이원적으로 검사를 선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로스쿨 수료생들을 곧바로 검사로 임용하고 있는 마당에 로스쿨 수료생들의 검사임용을 법조일원화를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편, 법무부의 방안대로 로스쿨 원장의 추천을 받아 검사를 선발할 경우 선발과정에서의 공정성이 문제될 소지는 많아 보인다. 지금까지의 검사임용은 철저하게 사법시험 성적과 사법연수원 성적을 기초로 하였으므로 검사임용 절차의 공정성에 관하여는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법무부의 방안대로 로스쿨 원장의 추천이라는 것이 개입되고, 각 로스쿨 간의 실질적인 수준 차이를 무시하고 지역안배식의 임용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식의 검사임용은 종전에 문제되었던 외교부장관 딸 특별채용과 마찬가지로 ‘현대판 음서제’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고, 객관성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런 공정성 및 객관성과 관련된 문제점을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로스쿨 재학생들이 제기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지만, 국외자들인 사법연수생들이나 변호사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로스쿨과 사법시험이 병존하는 상태에서는 사법연수원 출신 검사와 로스쿨 출신 검사가 동시에 배출될 수밖에 없고,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로스쿨 수료생들을 검사로 임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을 검사로 임용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나 객관성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예견되었던 내용들이다.

더 큰 문제는 로스쿨원장의 추천이든, 로스쿨에서의 성적이든 어떤 기준을 통하여 선발된 로스쿨 출신 검사들이 과연 검사의 직분을 수행하기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들이 종전에 사법시험을 통하여 임용된 검사들과 견주어 그 능력과 자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인지 여부이다.

필자는 우리의 법체계에서 로스쿨 3년 교육으로 변호사로서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로스쿨 학생들의 모의시험답안을 채점해 보고 그 생각이 많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필자는 법무부가 내년에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로스쿨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시행한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의 민사법 채점을 의뢰받아 응시생 중 312명의 민사법 답안을 채점해 보았다. 312명 전체의 답안 수준을 거론할 필요 없이, 약 40여명이 백지답안을 제출한 것은 충격이었다. 1년 후에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사람들이 주요 과목인 민사법에서 백지답안을 낸 것은 이해하기 곤란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상 로스쿨을 수료한 사람들을 마냥 배척하고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들이 법률전문가의 길을 정상적으로 갈 수 있도록 많은 뒷받침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로스쿨 학생들도 그들의 실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 존재한다는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고 법률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