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4일자(금).모악산임)(오늘 수정용임.게재요망
꽃샘추위 (4일자(금).모악산임)(오늘 수정용임.게재요망
  • 이상윤
  • 승인 2011.03.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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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의 출생이며. 가을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은 봄의 수장이다. 조선조 초 정도전이 봄을 노래한 시 구절이다. 봄을 생동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든 사물이 소생한다는 의미가 담아있다. 생명의 신비함과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환희의 계절임이 분명하다. 우수(雨水)가 지나고 모레면 땅 속에서 겨울 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 나온다는 경칩(驚蟄)이다.

▼그러나 아직도 매서운 꽃샘 한파가 봄의 길목을 가로막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렇게 봄을 시샘하는 꽃샘 추위가 겨울 끝자락을 붙잡고 있으니 무엇이 아쉬워서 그런지. 어느 시인의 말처럼 꽃샘 추위는 ‘꽃이 필 무렵의 추위’를 가리키는 아름답고 정겨운 말이라고 했다.

▼‘봄 추위에 장독 깬다.’라는 옛말처럼 봄에 대한 질투에 눈 먼 꽃샘 추위가 만만한 추위가 아니다. 얌전히 개어 옷장함석에 넣어 두었던 속옷을 다시 꺼내 입었으니 말이다. 기상청의 장기예보를 보아도 이달 중순경에 꽃샘 추위가 한두 차례 더 올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봄의 불청객 황사도 심심찮게 발생할 것이라는 일기예보다.

▼하지만, 이미 봄빛이 완연한 대세에 겨울의 시샘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봄의 전령인 꽃들이 점점 고개 들기 시작하고 있다. 제주도에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 남녘에 매화 꽃이 만개했다는 소식. 그래서 꽃이나 나무에는 봄맞이에 들떠 있을지 모르나 우리들의 마음은 아직도 봄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이심전심일 것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왜일까? 연초부터 봇물 터지 듯 뛰어오르고 있는 생활물가 등 아직도 우리 사회가 너무 어렵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민들 가계는 대부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대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어 낙담하는 젊은이들. 절망과 좌절에 쌓인 이들에게 봄다운 봄은 언제 찾아올까? 서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꽃샘 추위가 아닌가 싶다.

이상윤기자 s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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