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는 과연 경감되었는가?
사교육비는 과연 경감되었는가?
  • 김우영
  • 승인 2011.02.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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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가 2000원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원 정도의 감소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2001-2006년 연평균 증가율이 12.1%나 되었고, 2008년 4.3%, 2009년 3.4%로 둔화되다가, 2010년 처음으로 -3.5%를 기록하였으니, 사교육 경감을 주창하고, 여러 가지 사교육 경감 방안을 실행해 온 교육 정책 기관으로서는 교육정책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애써 홍보하고자 할 만하다.

홍보를 위해서인지, 명목상 총사교육비가 21조6천259억원에서 20조8천718억원으로 3.5%(7천541억원) 감소한 것은, 물가 지수를 감안하면 실질 사교육비는 17조 9천22억원에서 16조7천645억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6.4% 정도 줄어 든 것으로 볼 수 있어, 사교육 경감 대책들이 효과를 가져왔다는 해석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 수가 17만5천명이 감소하는 등, 학생 수가 21만명 줄어 든 것을 고려하면, 감소액 중에서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자연 감소액 약 5천891억원을 제외해야 함으로, 실질적인 명목상 순 감소액은 1천650억원(0.76%)에 그치기 때문에, 감소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리고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에는, 수강 학생 수가 각각 3.7%, 3.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 방과후 학교의 수강료와 EBS 교육 방송의 교재비를 포함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사교육비 감소액을 늘려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방과후 학교와 EBS 교육 방송은 그 비용이 더 저렴하다 하더라도 사교육의 대체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비용 역시 사교육 비용으로 간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교육 비용이 증가하지 않고 정체 상태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비용 지출의 둔화가 경제 위기, 물가 폭등으로 인한 서민 살림의 지출이 줄어든데 따른 것이라면, 이것은 전혀 다른 결과이다.

이러한 지적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통계에 의존해서 현재의 사교육 경감 대책들이 효과가 있다고, 기정사실화하거나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그러한 정책들이 과연 효율적인지, 좀 더 꼼꼼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교육 경감 대책에는 사교육 수요를 법적 제도적으로 축소시키는 정책과 사교육이 불필요하도록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정책이 있다. 전자로서 고려되는 정책은 10시 이후 학원교습금지, 수능과목 축소, 수능과 EBS 교육방송 연계, 고입 대입의 전형 방법의 개선 등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규제에 의해서 특정의 형태의 사교육이 일시 축소 될 수 있지만, 다른 사교육이 확대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것의 효과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사교육은 학교, 공교육과 차별화된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더 나은 경쟁력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면, 규제에 의해서 사교육 자체가 축소되리라는 것은 희망일 뿐이다. 물론 방과후 학교 수강료, EBS 교육방송 교재의 값을 낮추는 것은, 어느 정도 저소득층에서의 사교육 비용 축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통계에서 보듯, 상위권 학생의 사교육 비용, 영수 과목의 사교육 비용 등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일선 학부모들에 의하면, 학원 수강 대신에 개인 과외를 받는 학생은 더 늘었다고 한다.

우리가 사교육 비용 축소를 위해서 바라는 것은 사교육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특기 적성 개발과 교과목 학습을 위한, 무료 또는 저렴한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의 확충이다. 보다 세분화된 분야의 세분화된 수준의 교수 학습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을 때, 사교육 비용이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학습능력과 공부의 방법을 잘 모르는 학생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강사와 직접 대면하는 사교육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사교육 경감을 위한 공교육의 내실화 정책에서 기대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의 배양이다. 의욕은 좋지만, 공교육에서 모든 수준의 교육을 모든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강조해야 하는 것은 공부하는 방법과 문제해결 능력의 배양이다.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자유로이 다양한 교수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 때, 실질적으로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경감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수준별 교수 학습 프로그램 개발과 공교육 내실화에 대한 정책이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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