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야 구도심이 활성화 된다
사람이 살아야 구도심이 활성화 된다
  • 장선일
  • 승인 2011.02.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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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회부터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을 도시라했다. 사전적 의미의 도시는 행정·사회적인 도(都)와 경제적인 시(市) 두 가지 뜻을 포함하고 있다. 도시 중에서 정치·경제·사회적인 주요 활동 무대가 되고 인구 밀도가 높은 장소를 도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구도심은 말 그대로 옛 도심이 되는 샘이다.

왜 구도심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사물도 생명체처럼 환경에 영향을 받아 진화(evolution)한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도시는 주식에 중점을 둔 과거 농경사회와 달리 산업이 발달됨에 따라 주식 개념을 뛰어넘어 문화라는 개인 및 사회적 가치추구의 삶을 영유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서구사회의 도시는 점진적 진화에 의해 안정적으로 형성되었다면, 우리나라의 도시는 급진적이고 폭발적인 진화로 형성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준비할 틈도 없이 외각에 새로운 주거공간과 상업지역이 자리를 넓히면서 인구와 상권을 흡입하여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텅 빈 모양처럼 도심공동화(都心空洞化)를 야기하여 오늘날 구도심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구도심의 형성이 가속화 되면서 정부는 급기야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에 이르기까지 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하여 재개발 또는 뉴타운 건설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구도심이 활성화 되기는 커녕 오히려 도시공동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먼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심공동화 해결 추친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도심공동화 현상을 해소하려는 정부와 지자체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것은 주거 및 문화 공간을 도시의 외각 지역에 배치하고 행정 및 정치?사회적 기구를 송두리째 신도시에 집중 배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신도시가 모두 형성되기도 전에 또 다른 이유로 다른 외각에 투자를 종용하여 계속적인 신도시 건설 확대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치?행정의 중심 서울과 주요 광역시를 비롯한 대도시의 도심이 텅 비어간다는 현실을 인식하여 정부와 지방자체단체는 도심재생 추진 정책을 재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외각으로 시가지가 확산될 때, 구도심에서 과거에 누린 영광에 젖어버린 자산가와 상업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촌이나 외지에서 이주하는 주민보다 더 빨리 부동산을 매입하고 주거공간을 이동하는데 가세했기 때문이다. 도시가 확대되는 것은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각은 변하는데, 도심은 변하지 못했다. 과거형태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왜 사람들이 오지 않는가만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속화되는 도심공동화 현상을 막고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은 있는가?

첫째, 원주민과 서민이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대규모 뉴타운과 같은 엄청난 자금 투입 위주의 하드웨어적 발상으로 원주민을 외각으로 내모는 정책에서 중?소형 주거공간과 상업지역을 전통과 현대적 관점에서 재개발하여 원주민과 서민이 도심 속으로 들어와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부식되어 흉하게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둘째,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자식교육에 목숨을 걸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 부모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 학군이 좋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주하는 성향이 강하다. 작금의 구도심 교육 현실을 보면, 학생이 없어 폐교되기 직전에 있는 초등학교가 많다. 학생이 없다는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교육 당국과 원주민들이 함께 노력하여 교육환경을 개선해야한다. 이 대안이야 말로 구도심을 활성화 하는데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전통과 현대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재개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년이상의 세대는 구도심의 추억이 다 있을 것이다. 그들은 추억을 먹고 살기 때문에 과거의 전통적 문화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반면에 젊고 어린 세대는 현대의 디지털문화에 익숙해 있다. 이와 같이 상반된 문화의 가치 속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문화정책을 펼쳐 이들 모두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정치?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대규모 행정 기관이 도시외각으로 빠져 나가면서, 구도심의 행정 건물은 텅 빈 채로 흉물스럽게 남아 썩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안을 먼저 세우고 행정을 처리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정치인은 선거철 때면 표심을 사려고 큰 소리를 내는 구호적 외침에서 진심으로 구도심의 아픔을 느끼고 껴안을 수 있는 상시적 노력과 발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다섯째, 구도심의 주민과 상업인은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으로 인식하여 변화하는 서비스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텅 빈 도심에서 손님을 맞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럴수록 가슴을 환히 열어 진정어린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친절과 봉사를 다하는 서비스 정신을 길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극심한 혹한 속에서도 새봄이라는 희망 때문에 만물이 소생하듯이 구도심의 주민들은 지금의 고통을 딛고 새로운 발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번창할 수 있는 희망의 닻을 높이 올려 새롭게 출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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