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6, 百折不撓(백절불요)
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6, 百折不撓(백절불요)
  • 박기홍
  • 승인 2011.02.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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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꺾일지언정 절대 굽히지 않는다
<6>百折不撓(백절불요)- 일백 백(百)에 꺾일 절(折), 아닐 불(不), 흔들 요(撓)를 쓴다. ‘백 번 꺾일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어떠한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는 정신과 자세를 말한다. 치열한 권력욕이 없으면 당선의 노력도 무상할 뿐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불 같은 권력의지를 분석해 본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배신해도 다른 사람이 나를 배신하지 않도록 하겠다”.

정치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하는 천하의 간웅 조조의 말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통용되는 정치판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명분과 원칙의 정의든 기회주의, 권모술수든 자신만의 주특기와 권력의지가 필요하다. 제 아무리 정의를 외쳐도 1등 아닌 2등은 정치판에서 퇴출만 기다린다.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장성원 전 의원, 민주당 공천 배제로 18총선 출마를 포기한 채수찬 전 의원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채 전 의원은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민주당 공천 배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면 현재 전주 덕진의 주인공이 누가 됐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까마득한 시골 무주에서 3선 군수를 지낸 김세웅 전 의원은 사마귀가 수레를 막아선다는 ‘당랑거철’의 무모함을 발휘, 주변의 비웃음을 샀지만 결국 전주 덕진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채 전 의원이 능력은 있되 권력에 대한 무한집착이 없었던 케이스라면, 김 전 군수는 ‘무조건 고(Go!)’로 성공한 사례랄 수 있다.

정치적 평가와 별도로 성공한 정치인들은 이 시대 최고의 정치 파이터다. 태생적 싸움꾼도 있지만 불 같은 권력욕이 투사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먼저 주먹을 내지르는 선방을 주특기로 하는 저돌적 인파이터다.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권력의 2인자인 권노갑 고문을 향해 구태정치 타도의 단 한 방으로 KO승을 거두고 ‘차세대 리더’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후 그의 주먹은 당내 중진을 향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을 통해 총선에서 대승한다. 2008년엔 전주 덕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 거대 정당과의 빅매치를 연출하며 정치 고수의 반열에 오른다.

‘미스터 스마일’ 애칭이 있는 정세균 최고위원은 아웃 파이터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처럼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상대를 쏘는 특유의 순발력과 유연성이 장기다. 비록 지난해 10.3전당대회에서 손학규 대표에게 패했지만 두 번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경쟁자 없이 무투표 당선됐다. 2002년의 민주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선 부정투표 시비가 불거졌음에도 쓴 잔을 묵묵히 들이 삼키며 분노를 가슴 속에 삭혔다. 단 한방의 묵직한 주먹은 없지만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김춘진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의 전투력 분석은 정치 교과서에 나올 법하다. 인내와 원칙 존중론자의 범주에 해당하지만 한번 참전하면 얼마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갇혀 있더라”라며 상대가 혀를 내두르기 일쑤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던 장세환 의원을 보자. 2000년 무소속 출마에 이어 2004년 민주당 공천경선 탈락을 딛고 불구의 투지로 2008년 총선에서 승리를 엮어낸다. 그의 권력의지는 선거 실패 후 더욱 빛을 발했다. 낭인 생활을 하면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민심과 대면하는 철심을 발휘해 승전고를 울린다.

정치에 입문한 상당수 인사들은 ‘쥐를 향해 물건을 던지고 싶지만 옆에 있는 그릇이 깨찔까 염려되어 던질 수 없다’는 옛말을 먼저 떠올린다. 즉 상당수 사람은 목표를 향한 집념보다는 기득권 포기의 아쉬움에 젖어 실패의 쓴맛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고시 합격으로 인생의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고위 관료출신이 정치판에서 성공하기보다 맥없이 무너지는 것은 기득권이라는 꿀맛을 포기하기 힘든 것과 무관치 않다.

한 자리를 놓고 사생결단을 내리는 정치판은 미래를 보장하는 울타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유성엽 의원이 이런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쳤고, 전주시 송하진시장도 공직의 전성기 때 과감히 출마를 강행해 성공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4.27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가시밭길 입지자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과연 어떤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있을까.

박기홍 기자, 서울=전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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