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5, 復讐血戰(복수혈전)
<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5, 復讐血戰(복수혈전)
  • 박기홍
  • 승인 2011.02.08 16: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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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다가온다
정치의 세계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말이 있다. 낙마한 정치인이 재기의 쓰라린 눈물을 삼키며 다음을 기약하는 사례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대회전의 칼을 가는 입지자들의 세계를 무협소설 형식으로 조명해 보았다.



민주문파의 신건거사가 혀를 끌끌 차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앙상한 뼈만 남은 검은 고양이가 두 눈을 치켜뜨고 자신을 노려 보았던 지난 밤 꿈자리가 영 개운치 않다. 신묘년 첫날부터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새벽 안개도 뒤숭숭한 꿈자리의 기억을 더욱 각인해주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었던 백전노장 신거사는 직감적으로 역모의 기운을 감지한다.

언제부터인지 전주성 완산갑고을 저잣거리에는 창희검객과 윤덕공이 아버지 영달거사를 대신해 복수의 칼날을 쉼없이 갈고 있다는 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왔다. 장자 창희검객은 중원의 무림고수들과 은밀하게 서신을 주고 받는 한편 지방검객들을 불러모으는 일명 ‘토종 부활권법’을 구사하며 빼앗긴 고토 회복에 잠을 못 이룬다. 민주문파 중원 거사들이 지방검객 배제 목청만 돋우지 않는다면 그동안 갈고 닦은 상향권법으로 영달거사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창희검객이 읊조린다.

백성들을 위해 중원의 거상(巨商)을 내쫓겠다고 길거리에 한 달 이상 천막을 치고 있는 영달거사의 삼남 지훈도령은 큰형 창희검객과 둘째 윤덕공이 견원지간임을 걱정한다. 자칫 완산고을 수복을 앞두고 ‘왕자의 난’이 일어날까 우려하며 깊은 한숨을 들이쉰다. 이렇게 완산갑고을은 살수(殺手)의 기를 간직한 채 무거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세환거사가 맹주로 떡 있는 완산을고을도 야권연대검을 보물처럼 가슴에 안고 사는 광철거사와, 양날개를 펴고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일시에 상대방의 목을 죄는 활공법 고수인 상직검객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광철거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임진년(2012년) 거사혈투에 출전하리라, 마음을 곧추 세운다. 민주문파의 본거지인 중화산궁에서 자리를 같이 한 신거사와 세환거사는 중원고수들과 인연을 두텁게 하며 상향권법의 위력을 들어 ‘조족지혈’, 새발의 피라며 지방검객들의 움직임을 애써 무시한다.

같은 시각 중원의 고수 세균도사의 마음도 바빠졌다. 기축년(2009년) 4.29 대첩에서 정대인에게 당했던 패배의 아픔을 되갚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이다. 이번에는 정공법대신 “우리가 남이가”라며, 정대인의 손을 맞잡고 임진년 거사혈투에서 전북무림을 떠나 중원의 담판을 도모하자고 속삭인다. 세균도사는 임진년 말 대권대첩에서 민주문파의 대승을 위해서는 무림고수들이 ‘살신성인’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묘한 웃음을 짓는다. 직감적으로 세균도사의 허허실실 살수(殺手)를 알아챈 정대인은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속도로 땀으로 범벅된 손을 뺀다. 한때 장안 최고의 가객 김상진아 불렀던 ‘고향이 좋아’를 되뇌며 귀를 씻어낸다.

먹구름은 새해 첫날 잠시 지리산 중턱에 머물더니 이내 남원고을로 몰린다. 검은 구름은 상처 입은 동물이 죽기를 기다리는 일군의 까마귀 무리들과 흡사한 형상을 보인다. 한때 민주문파 전북무림의 곳간을 맡았던 근상검객은, 5년 전 자신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승호현감과의 쓰라린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근상검객은 그러나 깊은 상처를 입은 승호현감의 모습에 5년 전 패배에 대한 복수보다는 애증의 눈시울을 붉히면서 새로운 정적들과의 싸움을 준비한다. 바야흐로 민주문파 남원현감 후보를 뽑는 춘향골 검투는 관(官)에 몸담았던 검자들과 그렇지 않은 검객들의 사활을 건 일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다 복면을 뒤집어 쓰고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중원출신 검객들도 칼날을 갈고 있어 민초들의 흥을 더욱 돋운다. 사시나무 떨 듯이 모든 검객들을 일시에 제거하는 선거법을 활용했던 무당파의 영권검객 등도 민주문파 검객들과의 일대 혈투를 준비하고 있다.

박기홍기자, 서울=전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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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2011-02-09 17:19:00
이런 정도의 인터넷 신문이라면 차라리 운영을 안하는게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