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박사의 수학이야기
김인수박사의 수학이야기
  • 최고은
  • 승인 2011.01.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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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의 원리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당신이 지금부터 해가 질 때 까지 2시간동안 걸은 만큼의 땅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청년은 즉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10㎞쯤 가서 흙을 파서 표시한 다음 왼쪽으로 꺾어서 13㎞를 가서 표시를 하고, 다시 왼쪽으로 꺾었다. 해가 넘어가려고 해서 2㎞ 를 달린 후 마을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겨우 출발점으로 돌아온 청년은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귀에 땅 주인의 말이 들려왔다. ‘장하오. 이제 저 넓은 땅은 당신 것이오.' 그러나 청년은 이미 죽어 있었다.

청년은 도대체 얼마만큼의 땅을 돌아온 것일까? 위의 내용대로 그림을 그려보면 청년이 얻은 땅의 넓이는 (2+10)×13×1/2=78㎢이고, 뛴 거리는 약 40㎞이다.

만약 이 청년이 도형의 원리를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해가 질 때까지 갈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를 40㎞라고 하면, 둘레의 길이가 40㎞이면서 넓이가 가장 넓은 도형을 찾았을 것이다. 어떤 도형일까? 둘레가 40㎝인 끈을 준비해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오각형, 정육각형을 차례로 만들어보자. 어느 정다각형의 넓이가 가장 넓어 보이는가? 실험을 직접 해보면 둘레의 길이가 일정할 때 변의 개수가 많을수록 넓이가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을 끝없이 계속 해나가면 가장 넓은 평면도형은 결국 원이 된다.

만약 청년이 둘레가 40㎞인 원을 그리면서 걸었다면, 아니, 31.4㎞ 정도만 걸었다면 얼마만큼의 땅을 얻을 수 있었는지 계산해보자. 둘레가 31.4㎞인 원 모양 땅의 반지름 길이는 2×3.14×(반지름)=31.4에서 5㎞이고, 이 땅의 넓이는 5×5×3.14=78.5㎢이다. 따라서 청년이 도형의 원리만 알았다면 비슷한 땅을 얻을 뿐 아니라 고생한 보람도 없이 숨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 몸보다 더 큰 짐을 지는 것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개미가 자기 몸보다 더 큰 짐을 지고 가는 것은 매우 흔하다. 개미가 힘이 센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힘이 세다는 것은 근육이 물건을 들어 올리는 힘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근육이 물건을 들어 올리는 힘은 근육의 굵기, 즉, 근육 단면의 넓이에 비례한다.

이제 키와 근육의 단면적을 비교하기 위하여 길이, 넓이, 부피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한 변의 길이가 각각 1㎝, 2㎝인 정사각형이 있다고 하자. 이때 작은 정사각형의 넓이는 1×1=1㎠ 이고 큰 정사각형의 넓이는 2×2=4㎠ 이므로 큰 정사각형의 넓이는 작은 정사각형의 넓이의 4배가 된다. 즉, 변의 길이의 비가 1:2일 때, 넓이의 비는 1:4가 된다. 또, 이 두 정육면체의 부피를 계산해보면,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의 부피는 1×1×1=1㎤ 이고 한 변의 길이가 2㎝인 정육면체의 부피는 2×2×2=8㎤ 이다. 따라서 큰 정육면체의 부피는 작은 정육면체의 부피의 8배가 된다. 그런데 모든 도형의 넓이와 부피는 아주 작은 정사각형, 정육면체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으므로 모든 도형의 길이, 넓이, 부피 사이에는 위와 같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개미의 힘이 왜 그렇게 센지 알 수 있다. 크기는 다르고 구조는 거의 비슷한 닮은 동물을 생각해 보자. 큰 동물의 키가 작은 동물의 키의 2배라고 하면 표면의 넓이 또는 근육 단면의 넓이는 4배, 부피나 무게는 8배가 된다. 그런데 근육이 물건을 들어 올리는 힘은 근육의 굵기, 곧 단면의 넓이에만 비례하기 때문에 동물의 몸길이가 2배가 되면 체중은 8배가 되지만 근육의 힘은 4배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힘은 오히려 체중의 8분의4, 곧 2분의1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체중과 근육의 힘이 증가하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개미는 자기 체중의 30배에서 40배까지 되는 무거운 짐을 끌 수 있지만 사람은 겨우 자기 체중의 0.9배의 짐 밖에 들어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고은기자 rhdms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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