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역사를 통해 본 우리 민족의 정체성 확립
언어역사를 통해 본 우리 민족의 정체성 확립
  • 유춘택
  • 승인 2011.01.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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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화를 고찰하기란 한평생을 그 분야에 종사한 사계의 전문인들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고대사의 영역에는 사실자체를 판정하기 어려운 일이 허다한 만큼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또 논란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민족의 주체적인 입장에서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찾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믿기에 우리 민족의 언어역사의 발전과정을 살피면서 정체성확립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평소의 견해를 적으려 한다.

우리 민족은 언어문화사적으로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 인류문화를 언어학적으로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면 인도유럽어족, 차이나티베트어족 그리고 우랄알타이어족이다. 인도유럽어족은 오늘날의 인도문명과 유럽문명을 이루며, 차이나티베트어족은 중국문명을 이룬다. 우리 민족이 속해있는 우랄 알타이어족은 우랄산맥과 알타이산맥을 넘어서 몽골, 거란, 여진, 조선, 일본 계열로 뻗어 내려갔다. 그중 서쪽으로 간 일부가 헝가리의 마자르족과 핀란드의 핀족이다. 이것은 유전학이나 피부색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문화사적으로 분류한 것이다.

중국대륙을 놓고 볼 때도 조선족, 한족으로 따지지 말고 크게 우랄알타이어족과 차이나티베트어족으로 나눠서 보면 중국대륙을 절반씩 점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중국동북지역을 조선족인 고조선과 고구려 사람들이 장악했고, 다음에 선비족이 장악하고, 거란족이 장악하고, 여진족이 장악하고, 원나라를 세운 몽고족이 장악하고, 다시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후예인 만주족이 장악하였다. 사실 한족이 중국의 동북지역을 장악한 역사는 주원장(朱元璋)이 세운 명나라(1368~1644)밖에 없다. 중국 동북지역은 우랄 알타이어족 끼리 서로 패권을 다투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역사만 왜곡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중국역사도 잘못 보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진족·거란족·몽고족 등을 다 중국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족이 아니다. 즉 그들이 세운 나라가 중국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진족·거란족 등은 문명의 출발이 한족인 중국과 다르고 중국과 대등한 문명을 가진 이민족으로서 중국대륙을 점령했다. 우랄알타이어족 중에서 우리는 가장 선구적인 민족이었는데 문명이 전개되면서 선비족·거란족·몽골족·여진족·일본족으로 주도세력이 이동되었다.

이렇게 보는 것은 중국과 대립적인 관계로 보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 민족이 중국 민족보다 낫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민족은 중국과는 별개의 민족이고, 중국의 변방족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문화의 뿌리가 다른 별개의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실히 각성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과 역사를 상실한 까닭으로 우리나라 조상과 역사를 망각하고야 말았다. 또 그것마저 6천 년이 넘는 위대한 역사를 겨우 2천년인 것처럼 왜곡된 것으로 배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의 역사, 특히 고대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우리 역사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고대사에 관한 문헌들이 너무나 적고, 그 책들은 신빙성이 적으며, 또 위서(僞書)라고들 말한다. 고대사 문헌들이 신빙성이 없다고 하지만 인문·사회 과학책에 틀림이 있다 없다 함을 어떻게 자로 잰 듯이 판단할 수 있겠는가. 인문사회학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입 이후 조선조에 들어서까지 우리는 중국의 것을 맹종하다보니 중독(中毒)에 걸리게 되었고 일제 36년 동안의 강압적 통치 밑에서 자의건 타의건 왜독(倭毒)에 걸리게 되었다. 또 8·15 광복 뒤엔 양독(洋毒)에까지 걸려 그로 인한 깊은 사대주의의 중독으로 우리 역사의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로부터 벗어나 6천년의 역사를 바로 찾아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통일된 민족의 단일한 뿌리에 대한 바른 인식을 다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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