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몫이 필요한 씁쓸한 21세기
여성 몫이 필요한 씁쓸한 21세기
  • 김미진
  • 승인 2011.01.18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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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그 콘서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인 ‘두 분 토론’을 보면 이런 유행어가 나온다. “여자가 그렇게 할 거 다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이른바 ‘남자는 하늘이다’라는 남하당 대표와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라는 여당당 대표가 설전을 벌이다 마지막에는 소를 키우는 게 여자의 본업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면서 웃음을 유발시킨다. 그 옛날에는 집안의 남자들과 겸상도 할 수 없었다니 세상이 변하긴 많이 변했다.

최근 전북도가 복지여성국장에 남성으로 발령 낸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도내 여성계는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도의회 여성의원 4명은 여성 몫 국장 자리를 주장하면서 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여성의원들이 한번 발표된 인사에 대해 철회를 끝까지 주장하는 것은 공개적인 인사외압이라는 여론마저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여성의 ‘몫이냐’ 혹은, ‘아니냐’가 아니다. 인사권이 도 집행부의 재량일지라도 전북도를 좌지우지할 모든 정책결정의 핵심회의가 이뤄지는 고위직 공무원에 여성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남성들만 모여 앉은 집단회의에서 성(性) 인지적 예산과 정책 등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될 뿐더러 여성공무원의 인적자원개발과 효율적인 활용이 더욱 요구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역행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민선 3∼4기를 거치면서 전북도의 여성정책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인 형국이었다. 민선 3기는 민선 2기에 설치한 ‘여성정책담당관실’을 ‘여성정책과’로 통폐합해 여성정책 담당부서를 축소했고, 그 대안으로 만들어진 연구원은 ‘전북발전연구원’으로 흡수·통합돼 여성정책이 모든 정책의 뒷전으로 내몰린 모습이었다. 민선 4기 들어서는 도 조직에서 아예 ‘복지여성국’을 없애고 ‘환경복지여성국’으로 통합하려고 하는 등 여성정책은 아예 내팽개치거나 늘 칼날에 휘둘렸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남녀역할의 모습이 급변화된 것은 사실이다. 호주제 폐지 이후 여성계의 이슈도 드물다. 하지만, 각국 여성들이 정치와 경제활동, 정책과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를 계량화한 지수인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하는 성별권한척도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국 101개국 중 하위권에 속해 있다. 지난 2007년 53위에서 2009년에는 61위로 추락했다. 이 같은 수치가 바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게는 상징적인 자리가 필요하고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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