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태석 신부의 나눔과 헌신의 리더십
故 이태석 신부의 나눔과 헌신의 리더십
  • 장병수
  • 승인 2011.01.18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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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바느질을 하며 10남매 키운 홀어머니가 의대에 합격한 아들이 졸업 후 의사의 길을 버리고 신부의 길을 가겠다고 할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의과대학 입학 자체가 어머니의 한을 풀어준 것이고, 가족의 희망이었을 텐데. 그런데 어머니의 희망은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다.

군의관으로서 근무하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신부가 되겠다며 어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탄탄대로를 걸으며 가족의 희망이 되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던 아들이 신부가 되겠다고 하니, 이 세상 어느 부모가 쉽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기는 부모없다’는 말과 같이 어머니는 신부가 되고자 하는 아들의 정성에 감복하여 결국 지고 만다. 그 아들이 바로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 이태석 신부다.

의사출신 신부였던 이태석 신부가 8년 동안 아프리카의 수단이라는 나라의 남부 작은 마을 톤즈에서 보여준 헌신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추모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로 세상에 따뜻한 빛을 밝히고 있다. 톤즈라는 마을에서 이 신부는 신부이자 의사로서, 때론 수학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버려진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그 곳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헌신적인 봉사를 펼쳤다.

영화는 한센병과 전쟁의 상처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의 인술을 베푸는 등 이 신부의 사랑의 깊이와 헌신의 넓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음을 보여 준다. 사실 이태석 신부는 일찍이 초등학교 5학년때 성당에서 본 <다미안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보고 그와 같은 신부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한다. 다미안 신부는 하와이 근처에 있는 ‘몰로카’ 섬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다가 자신도 같은 병에 걸려 48세에 선종하신 신부다. 이태석 신부는 톤즈에서 20여분 떨어진 한센인 마을을 매주 방문해서 고름을 직접 짜내고 치료를 해 주는 등 그들과 친구처럼 대화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진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주었다. 그래서 톤즈 사람들은 그를 ‘영원한 아버지’라고 불렀다.

영화에서는 “예수님께서 이곳에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니면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어쩌면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겁니다.”라는 의미있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로 이태석 신부는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학교를 짓겠다는 결심을 한다. 아이들과 모래를 나르고 삽질을 하며 함께 만든 학교가 그곳의 유일한 정규학교였고, 기숙사까지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은 안전하게 공부하며 이태석 신부와 같은 의사가 되어 봉사하려고 하는 꿈을 키워갔다. 내전에 휩싸인 와중에도 톤즈 사람, 특히 청소년들에게 교육을 통해서 희망을 갖게 하려는 이태석 신부의 노력은 ‘브라스밴드’라는 악단으로 결실을 맺는다. 이 신부 본인이 어렸을 때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음악을 통해서 극복했던 것처럼 톤즈의 아이들에게도 음악이 당시에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익한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절망에 빠져있는 톤즈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음악은 자신감을 심어주고, 사랑과 감사함을 깨닫게 해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해주었다. 영화 <울지마 톤즈>에서 32인조 브라스밴드부의 자랑스러운 시가행진 장면이 나오는데 아이들의 당당함과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비디오의 영상을 통해서 이태석 신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에게 바치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 당신이 내 곁을 떠나간 뒤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라는 가사와 같이 이태석 신부가 떠난 톤즈의 사람들과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에서 뜨거운 감동의 눈물이 쏟아진다.

마침 지난 1월 14일이 고 이태석 신부의 선종 1주기 였는데, <울지마 톤즈>도 3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울지마 톤즈>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헌신적인 봉사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고 있으며, 고 이태석 신부가 보여준 조건없는 숭고한 리더쉽은 이해타산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정에 단비가 되어 나눔과 헌신이라는 리더쉽으로 부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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