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3>隱忍自重(은인자중)
<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3>隱忍自重(은인자중)
  • 박기홍
  • 승인 2011.01.18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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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풍우는 피하되 바람 일으킬 힘 키운다
<3>隱忍自重(은인자중)

마음속에 큰 뜻을 감추고, 참고 견디면서 몸가짐을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사자성어다. 내년 총선을 멀리 앞둔 지방 정치권 인사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자칫 중앙의 거대한 벽에, 혹은 자신의 작은 실수에 주저앉을 수 있는 만큼 조심하면서 뜻을 품어야 한다. 1년여 앞의 대사를 놓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도내 정치권의 모습을 정치 선·후배의 대화록으로 옮겨본다.



-선배님, 한파에도 정치권은 열기가 후끈합니다. 혹한은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글쎄, 그런가? 요즘 전북 정치인들은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담백하면서 쓴맛을 느낄 줄 알아야 하는데 너무 단맛에 익숙해 져 있는 것 같아. 당권이다, 대권 싸움에 줄만 잘 서면 금배지가 자동으로 보장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 정치 개혁이 어떻고, 공천 방식이 어떻고, 모두 도루묵이야. 뭉치면 산다는 식의 패거리 정치만 판을 치는 것 같아 아쉽네.”

-여당 정책에 대해선 온갖 반대 논평을 내놓는 정치인들이 정작 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쩌다 내놓는 논평도 확실한 색깔이 없어.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식의 두루뭉술 작전이 많아. 언젠가 지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현역의원들을 바꿔야 한다는 교체지수가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어. 반성해야 할 일이지.”

-그래서 그런지 내년 총선을 1년 이상 남겨뒀는데 지역 정치권은 벌써 시끄럽습니다. 지방 정치권이 중앙의 벽을 뛰어넘어 금배지를 달기란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적소성대, 작은 정성을 모아 큰 뜻을 이루려는 입지자들이 적잖습니다.

“당연하지. 당 공천이 당락을 좌우하는 판에 중앙에 줄이 없는 지방 정치인들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엄동설한에도 맨몸으로 땀 흘리도록 뛰는 게 유일한 해법이지. 오죽하면 지방 정치권의 국회 도전기는 도끼를 갈아 바늘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어?”

-내년 대선 승리를 향해 각 당이 개혁공천, 야권연대 등을 주장하며 현역 기득권을 제한하려는 것도 지방 정치권에서 보면 기회이지 않을까요?

“재론의 여지가 없는 지적이야.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도의원들의 국회 도전 움직임만 봐도 새로운 정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야. 현직 도의원은 물론 김윤덕, 황 현 전 도의원 등의 재도전 여부는 주목해 볼만하지. ‘호·창·성 3인방’도 어찌 될까. 김호서 도의장, 유창희 부의장, 김성주 도의원 등의 중간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르던데. 좌우지간 두고 볼 일이지.”

-호남 물갈이 구호도 심상치 않아 보여요. 민주당 천정배 개혁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이인영 최고위원도 향후 선거에서 ‘호남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야권 연대를 주장하고 있잖아요. 호남 기득권 포기가 무엇을 의미하겠어요? 인적 쇄신을 말하는 것 아니겠어요?

“행간을 잘 보았군.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야권연합은 서로 주고 받을 것이 있어야 가능하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안방에서 가치있는 뭔가 포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호남 물갈이로 이어질 공산이 크지. 국민참여당 이광철 도당위원장이나 영화배우 문성근씨와 손을 꼭 잡고 덕진 출마를 겨냥한 이재규씨 등이 전북의 야권연대 핵심축이랄 수 있지.”

-각 당이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지만 인지도와 조직력 측면에서 정치신인들이 현역을 뒤엎어 먹기는 힘에 버거울 것 같은 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현역이 유리하겠지. 그러나 지난 6.2지방선거에서 현직인 최중근 시장이 경선에서 패한 것처럼 의외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게 바로 정치야. 현역과 1대 1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지.”

-그렇다면 구도 만들기에 나서겠군요?

“그렇다고 봐야지. 7전8기의 김광삼 변호사, 18대 총선에서 실패한 이스타항공의 이상직 회장, 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유희태 민들레포럼 대표 등이 상향식 공천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어. 구도가 문제이겠지. 정치의 3대 요인 중 하나도 바로 ‘구도’야. 어떤 식으로든 1대 1의 구도를 만들려 하지 않겠어? 지켜 볼 일이지.”

박기홍 기자, 서울=전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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