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초상화미술관 건립해야”
“전북에 초상화미술관 건립해야”
  • 하대성
  • 승인 2011.01.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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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화가 채용신> ­윤범모 경원대 교수 인터뷰
미술평론가이자 시인인 윤범모 교수(경원대 미술대)를 만난 건 뜻밖이었다. 지난 7일 서울 사는 윤교수와 전화통화하다 전북도립미술관에 왔다는 걸 알게 돼 단박에 달려가 만났다. 그는 호암갤러리,예술의 전당 미술관,이응노 미술관의 개관 주역이다. 현재 인물미술사학회 회장, 동양미술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미술에 관한 그의 여러 저서 중 ‘미술본색(2002)‘을 통해 우리 미술계의 오랜 관행과 문제점에 직격탄을 날려 눈길을 끌었다. “미술에서 무슨 역사가 필요한가.(…)미술은 분위기나 돋우는 포도주일 따름이다” “비평가여! 대한민국 비평가여! 계속하여 잠들어 있거라, 우리의 스타탄생을 위하여”라며 그는 위악적으로 우리 미술계의 상황을 조롱해 유명세를 탔었다.

-채용신은 보기 드문 양반출신 화가다.

“석지 채용신은 근대기 초상화가로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중인 출신 화원들의 전문분야였다. 하지만, 채용신은 양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초상화가로서 신분제 사회의 관습을 혁파하는데 앞장섰다. 그의 초상화는 전통성을 담보하면서 독자적인 화법을 이룩하여 20세기 전반부의 대표적 초상화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석지의 시대정신이 왜 주목받고 있나.

“채용신 예술세계의 특성은 시대정신을 토대로 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신분제 유교문화에 대한 도전, 그러니까 친히 초상화가가 되어 (양)반상(민)의 격차를 부수는데 앞장섰고, 초상화의 주인공이 굳이 남성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남녀유별의 전통사회에서 채용신은 여성을 모델로 하여 초상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는 혁명적(?) 도전이기도 하다. 채용신은 전업작가의 모범을 보인 화가였다. 작품 규격에 따라 작품가격을 고시하고, 광고전단을 제작하여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등 ‘석지 프로덕션’을 꾸려 체계적으로 작업실을 운영했다. 이 같은 행동은 전업화가의 모델로 귀감이 될만하다. 더불어 석지는 우국지사 혹은 항일인사들의 초상화를 즐겨 제작하면서 시대정신을 화면에 담고자 했다.”

-초상화의 전통 계승은 어떻게.

“국제 미술사에서 조선시대 초상화의 전통을 재확인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초상화 전통의 계승문제, 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통 채색화가 날로 위축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채색화의 계승 및 발전방안에 대해 환기가 필요하다. 한국은 초상화미술관이 부재한 나라이다. 인물을 존중하고 집대성하여 연구 교육하는 기관이 절실하다. 런던, 워싱턴 등에 초상화미술관이 대규모로 개관되어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초상화 전통의 최고인 한국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채용신이 활동했던 전북지방, 초상화미술관 건립에 앞장서서 우리 역사와 전통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킬 요람으로 삼아야 한다.”

하대성기자 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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