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病'을 고치려면
`한국病'을 고치려면
  • 이한교
  • 승인 2011.01.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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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야당 대표가 “한국 病을 고치겠다.”라고 했다. 이 병은 서민과 중산층의 희망을 빼앗아 가는 것으로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으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반칙과 특권이 횡행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치유를 위한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내용상으로 새로울 것은 없었다. 이미 14대 김영삼 대통령 취임사에서 대부분 언급되었던 내용이다. 그 당시에도 한국병으로 말미암아 근면성과 창의성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으며, 국민이 자신감을 잃어 가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 18년 전의 얘기다. 그러나 한국병은 치유되지 않았고 더욱 심각해져 위험수위에 접어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치유가 안 되는 그 병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도층과 정치인이 더 그러하다. 힘 있는 그들이 탈법과 편법에 능숙하고, 처벌 또한 온정주의로 흘러가다 보니, 세상은 돈을 많이 벌면 성공이고, 뚜렷한 업적이나 능력 없이도 돈 만 있으면 정치인이 될 수 있으며, 권력도 돈으로 얻을 수 있다고 보기에 이른 것이다

정치인과 지도자는 우리 사회에 상위 계층이다. 위에서 흐려진 물은 사회 전반에 걸쳐 부패와 탈법을 일으키고,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를 보고 뜬금없이 나서서 ‘한국 病’을 치유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은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다. 또 선거전의 시작을 알리는 메뉴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서비스하는 논평쯤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진정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먼저 정치인과 지도자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스스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나눠 먹어야 할 사냥감을 입안에 감춰두고, 친구 말에도 대답을 못하는 펠리컨과 같은 모습을 버려야 한다. 턱이 길게 늘어난 흉한 모습을 보기 전 먹이를 뱉어내야 한다. 병의 원인을 자신에게 찾으려는 기본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의 희생을 권력으로 강요하지 말고, 학연과 지연 그리고 혈연으로부터 자유로워야 병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 과감한 결단과 희생으로 개혁을 이끌어 낸 후 ‘한국 病’을 고치겠다는 생각을 해야 완전한 치유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대담해진다는 것은 말기 암 환자로 가는 길이다. 이를 과감히 수술하지 않고 덥거나, 대충 수습하려는 데만 급급하면 결국 때를 놓치게 되고,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진정 ‘한국 病’을 고치겠다고 나섰다면 상대 정당을 적으로 보지 말고 함께할 동반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 는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국민의 지지 속에 인기에 영합하는 정당이 아니라 정도를 걸어가는 정당, 지금은 나약하지만, 한그루의 묘목을 심는 심정으로, 미래를 보는 정당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한국 病’의 원인은 조급증에 있다는 사실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오죽했으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라는 속담이 있었겠는가. 어디를 가든 '빨리빨리'를 외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앞서 가는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려는 조급증으로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잘못하는 사안에 대하여 자신이 소속당일지라도 과감하게 그 상처를 도려내야 ‘한국 病’은 치유된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감사원장후보, 경찰 고위 간부까지 비리에 연루사실을 놓고 상반된 의견으로 지루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런 조급증에 매몰시키는 일이다.

바라기는 2011년도 새해에는 모든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정당을 초월해 함께하는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서민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사회질서를 바로잡아주길,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세상이 아니라 올바른 생각과 행동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 주길, 국민의 38%가 다른 나라에 살고 싶다는 얘길 허투루 듣지 않길 바란다. 야당 대표의 말처럼 지금 한국병을 치유하지 못하면, 이룩한 경제 성장조차 모래 위에 성처럼 무너져 버린다는 지적에 대하여 깊이 새겨들어야 할 때이다. 더 늦기 전 ‘한국 病’ 치유를 위해 함께하는 정치풍토를 조성하고, 늘 싸우는 정치판이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새해가 되길 바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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