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보고 싶지 않은 모습 몇 가지
새해에는 보고 싶지 않은 모습 몇 가지
  • 유길종
  • 승인 2011.01.11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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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공직자>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공직자들의 부패를 보고 살아야 했다. 장학사 시험합격을 미끼로 인사담당국장이 뇌물을 받은 서울시교육청 사건에서부터 시작하여 뇌물수수로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몰래 출국하려다가 체포된 당진군수, 몇 개월 동안 숨어 다니다가 끝내 체포된 여수시장, 소환을 앞두고 체면 불구하고 도망쳐 버린 전 전북교육감 등 각종 공직자들의 비리가 줄을 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통계를 찾아보니 부패행위로 당연 퇴직이나 파면 등 징계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전년대비 9.7% 증가하였고, 2009년엔 무려 46.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0년 부패 인식도 조사’에서는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한 일반국민은 54.1%인 반면, 공무원은 2.4%만이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부패에 관한 공직자들의 감각과 일반국민의 감각이 얼마나 차이가 많은지를 보여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얼마 전 필자는 공사업체의 임원이 담당 공무원들에게 명절 떡값, 휴가비 등을 제공하였다가 기소된 사건의 변론을 맡은 적이 있다. 같이 기소된 공무원들은 명절 떡값이나 휴가비의 액수가 1인당 20만여 원에 그치고 관행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지만, 결국 제1심에서는 공무원들 모두에 대하여 신분을 상실시키는 형이 선고되었다.

떡값이나 휴가비라는 것들을 별 문제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주고받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고, 그것이 그리 오래 전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어느 틈에 국민들은 이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런 명목의 돈들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법정에서도 더 이상 이러한 돈들이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예를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국민들의 인식이 이렇게 바뀌었음에도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수수하는 행태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모습들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먼저 거부를 해야 할 것 같다. 공직자들에게 무언가 부탁을 해야 하는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명절 떡값이나 휴가비를 끊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공직자들이 먼저 거절을 해주어 관행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을’의 입장에 있는 국민들을 놓아주어야 한다. 국민들 또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행동들이 공직자들을 오염시키고 그 피해는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공직사회가 투명해져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독직도 점점 사라지고 요즈음 회자되는 ‘공정한 사회’도 앞당겨지지 않을까 한다. 부패하지 아니한 ‘공정한 사회’는 강력한 처벌이나 단속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고 공직자나 일반 시민 모두가 부패라는 바이러스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의식전환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높은 분들의 떠들썩한 부패는 물론이고, 소소한 부패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엘리베이터 안에 버려진 휴지>



필자가 사는 아파트는 얼마 전 엘리베이터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새것으로 교체한 후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가 지저분했던 예전에는 엘리베이터 안에 전단지들이 많이 버려져 있었는데, 새것으로 바뀐 요즈음에는 엘리베이터 안에 버려진 전단지가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에도 간혹 엘리베이터 안에 버려진 전단지를 보게 되고, 이를 그대로 두면 버려진 전단지가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필자는 여기서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보게 된다. 버려진 전단지 하나를 방치해 두면 버려지는 전단지는 계속 쌓이는 것이다.

새해에는 엘리베이터에 전단지를 버리는 사람은 적어지고, 버려진 전단지를 보면 주워서 휴지통에 버려주는 사람은 많아져서, 엘리베이터에 버려져 나뒹구는 전단지를 보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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