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
함수
  • 최고은
  • 승인 2011.01.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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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 뜨는 영화 ‘콘택트’는 외계인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을 소재로 한 영화는 상당히 볼거리를 제공하였던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수학에 무지한 국회의원들에게 수학은 외계인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만국 공통언어라고 주장하는데 주인공의 대사는 수학자들이 수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난후에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모든 것은 수이다’고 주장하였던 피타고라스나 ‘나는 말하는 것보다 계산하는 것을 먼저 배웠다’고 말했던 가우스가 연상될 것이다. 영화 콘택트는 우리와 같은 지적 생물체가 외계에도 있다는 가정아래 이들을 탐색하려는 미국 정부의 실제 프로젝트인 SETI를 소재로 한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추진하였으며 영화 콘택트의 원작자이기도 한 칼 세이건은 외계인들이 지능을 갖춘 생물체로부터 발사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메시지는 열 두 개 정도의 소수로 구성되는 수열이라고 확신했다. 수학을 외계인들과의 소통 수단이라고 사용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 실제로 맞는지는 아직 검증할 수 없으나, 수학은 현재 만국의 공용어인 것만은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수학이 결코 배우기 쉬운 학문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사실, 수학이란 우리에게 어려운 학문이다. 왜냐하면, 수학을 이해하는 용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이해했다손치더라도 수학에서 사용하는 문법과 단어가 가진 또 하나의 새로운 개념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천재 수학자 가우스가 수학을 잘 할 수 있게 된 동기중 하나는 그의 언어 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한다. 라틴어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고어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작품도 읽을 수 없었고, 또한 자신의 논문을 발표할 수도 없는 시대였다. 가우스는 라틴어에 능통하여 뉴턴이나 오일러, 라그랑주의 연구 결과를 손쉽게 접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가우스 이전의 유럽에서의 학문적 공용어는 라틴어였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은 각각 자신들의 모국어가 있었지만, 학문을 하려는 사람들은 라틴어를 배워야 했다. 라틴어의 특징은 단어의 어미와 어간에 변화를 통하여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대는 최고였다고 한다. 그런데 배우기가 너무 어려워 결국은 라틴어는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당시의 사람들은 라틴어를 배우지 못하면 심지어 성경도 읽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서적을 접할 수도 없었다. 당시의 모든 책은 라틴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의 역사를 알려면 한자를 먼저 배워야 하고, 수학을 비롯한 학문을 공부하려면 우선 영어를 익혀야만 하는 것과 같은 실정이었다.

사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모든 수학용어는 그 뿌리가 라틴어인데 이를 영어로, 다시 일본어나 중국어로 번역한 것이어서 우리말로 바꾸는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친 것들이다. 예를 들어, 함수란 용어도 function 이라는 낱말의 음과 뜻을 딴 중국어의 函數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읽은 것이다. 그래서 영어권 사람들의 function 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인 용어로 그리 낯선 말은 아니지만 함수란 단어는 참으로 해석하기 힘든 단어이다 일본사람들은 함수를 關數 라고 번역하는데, 함수란 두 집합사이의 관계를 뜻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교과서에 등장하는 함수란 단어는 전혀 그러한 뜻을 가지지 못한 채 일상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이상한 하나의 단어로 무작정 외어야만 하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학을 공부할 때, 이와 같은 언어의 장벽을 먼저 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수학 그 자체가 하나의 언어라는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학을 다른 분야와 구별하는 가장 큰 특성은 수학의 보편성이다. 수학만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학문도 없다. 때문에, 수학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부터 오늘날까지 계속 존재해 왔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수학을 가르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아프리카의 밀림이든 하얀 눈이 쌓인 알래스카이든 그 어디든 학교가 있는 곳에서는 방정식과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수학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만국공통용어이다. 수학자들은 이 만국 공통용어인 수학이 인류에게만 아니라,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인들과도 통할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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