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우파를 넘어선 룰라의 포용과 소통
좌파와 우파를 넘어선 룰라의 포용과 소통
  • 최낙관
  • 승인 2011.01.05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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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배출한 석학이자 저명한 사회학자인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선 ‘제3의 길’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향이자 대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적 동력으로서 좌파와 우파를 넘어선 ‘제3의 길’이 과연 얼마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반론과 비판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BRICs 국가 중 하나인 브라질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8년간 브라질 국정을 책임지고 12월 31일 다시 평범한 시민으로 아름답게 퇴장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있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퇴임직전까지 브라질 국민 87%가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지도자로 추앙되고 있다. 퇴임 즈음에 삼바드로메 경기장에 운집한 8만여명의 대규모 인파는 “올레 룰라! 올레 룰라!”를 연호하며 룰라 대통령을 위해 축하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룰라를 향한 브라질 국민의 이러한 열기와 환호는 아마도 단순히 그가 이룬 업적을 넘어선 인간 룰라에 대한 흠모와 존경의 표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매력적인 룰라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해답은 룰라식 리더십의 키워드인 ‘포용과 소통’에 있다고 본다. 포용과 소통은 모든 지도자가 지향하는 가치이지만, 룰라 대통령만이 그 가치를 현실의 장에서 실현했다는 점이 오늘의 룰라를 탄생시킨 근본적인 힘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예컨대 성장과 분배의 조화, 좌우를 구분하지 않는 인재의 등용 등 실용주의 정책은 룰라식 제3의 길, 즉 포용과 소통의 참모습이라 할 수 있다.

좌파 노동자당 출신인 룰라는 포용과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다양한 우파 정당과 정책연합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단체와의 열린 대화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여 정치적 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다. 이러한 룰라의 참여민주주의적 정치실험은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이끌었다. 연평균 7.5%의 경제성장률과 집권 초기의 10배인 3,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는 건강한 경제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러한 안정적 경제상황으로 인해 룰라정부는 물가를 이전 정부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낮추었고 1,5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2,900만명을 빈곤으로부터 탈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3,000만명이 중산층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룰라효과를 동반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유세 기간 중 “브라질 엘리트들이 결코 해내지 못한 것을 선반공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룰라후보의 다짐은 재임기간 이렇게 완성되었다.

이제 룰라의 성공 스토리와 리더십은 브라질에만 한정되는 화젯거리가 아닌 지구촌의 담론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담론의 확산은 초등학교 중퇴 후 구두닦이로 시작하여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룰라의 개인적인 성공을 넘어 룰라의 리더십이 브라질을 세계가 주목하는 위대한 국가로 견인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세계는 룰라의 리더십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가경제를 살리고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룰라형 지도자를 원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수출 세계 7위의 무역 대국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그림자처럼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가 존재하고 여전히 일자리에 목말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일자리 창출이 이 시대의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지도자 룰라의 리더십과 성공이 우리 눈에 더욱 크게 부각되어 다가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해인만큼 2011년 신묘년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우리사회를 포용하고 통합할 수 있는 많은 리더들이 서로 창조적인 경쟁을 통해 진일보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야인으로 돌아가는 룰라가 차기 대통령에게 당부한 이 한마디의 말, “심장에서 우러나는 정치를 하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라. 최선을 다해 민주주의를 실천하라”는 당부가 새해 시작과 함께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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