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장엄도 강탈의 수모를 당하고 있나?
사리장엄도 강탈의 수모를 당하고 있나?
  • 김복현
  • 승인 2011.0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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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희망만을 생각해야 하는 새해가 시작되었다.

금년에는 지난해처럼 영광과 뉘우침이 교차되지 않는 평화와 안정이 깃든 해가 되기를 먼저 기원해본다.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우리는 행복한 생각으로 금년에는 꼭 이것만은 실천해보겠다고 각오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지만 생각한대로 되어가지 않고 있기에 우리는 作心三日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면서 훗날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는 평을 받기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가 순수한 마음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던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에 대하여 되짚어 보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지난 2009년 1월 14일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리장엄이 발굴된 지 2년이 되어가고 있다.

발굴 당시 이건무 문화재청장께서 사리장엄 발굴 현장에서 “국보 중 국보”라고 극찬을 했던 사리장엄은 현재 국립 문화재연구소에 있다. 이 문화재가 금년 초에는 법규에 따라 어느 곳엔가 안치될 운명이다.

그 법규가 바로 지난 2010년 6월 21일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그 내용은 “매장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일괄 보관한다.”라고 하는 입법안이다. 이 시행령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지역에서 출토된 문화유산을 중앙에 일괄 관리 보존하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매장문화재를 발굴된 지역에 보존 관리토록 각종 법적 조치를 강구하려고 노력을 했으며, 학계와 시민들도 서명을 해서 발굴 지역에 전시 보존함이 타당하다고 강력하게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의 의견은 관철되지 않고 발굴 유적지는 익산의 미륵사지인데 문화재인 사리장엄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될 전망이다. 마치 고향 잃은 실향민 같은 신세로 사리장엄을 처리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단계에서 냉철하게 대한민국의 힘이 약해서 외국에 강탈당했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제 강점기시대, 우리의 역사문화는 암흑시대였다.

조선왕실 의궤는 국권 잃은 나라의 처량한 신세를 대표적으로 말해주었고,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 해군 함포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던 약소국의 서러움이었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어서 속절없이 당해야 했던 지난날의 아픈 기억이다. 다행스럽게도 일본으로 반출된 도서 1205책은 우리 품으로 되돌려 주기로 합의하여 지금 돌아오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하며,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강탈당한 외규장각 도서 297권도 144년 만에 돌아오고 있으나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조선시대 국가의 주요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조선왕조의궤 167책, 대전회통 1책, 증보문헌비고 99책, 규장각도서 938책 등이 반환목록이라고 한다. 조선왕조의궤는 1922년 조선총독부 기증인 이라는 도장이 찍힌 채 일본으로 건너갔다. 말이 기증이지 강탈인 것이다. 2010년 현재 전 세계 20개국 412곳의 미술관, 도서관 및 개인에게 총 11만 6896점의 우리의 혼이 담겨진 문화재가 흩어져 소장되고 있다. 일본에만 무려 6만 1409점, 미국 2만 8297점, 중국 영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에 흩어져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하기를 문화유산은 민족의 혼과 조상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유산이라고 한다. 이러한 혼을 빼앗기는 데는 한순간이지만 되 찾아오는 데는 긴 시간과 험난한 노력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귀중한 것이기에 강제로 강탈당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도 지역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당시의 그 지역 특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상징하고 있기에 출토된 지역에 보관 전시해야 마땅하며 지역문화의 역사성도 되살려갈 수 있는 길인데 우리끼리도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안타가운 마음이다.

부여의 금동 대향로가 고도 부여에 있어야 하고, 공주의 무령왕릉 소장품이 고도 공주에 있으면서 문화재로써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현지답사를 통하여 당연한 것으로 그리고 순수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던 국민의식이다. 그런데 미륵사지라는 동양 최대의 사찰이 있었던 석탑에서 발굴된 무왕의 혼이 담겨 있는 사리장엄을 국립 중앙박물관에 보존시킨다는 것은 고도 익산지방의 특성을 강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1400년 동안 미륵사지 석탑 심주석 중앙에 있었던 사리장엄은 암흑시대에도 일본인이 가져가지 못했던 백제의 혼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이 사리장엄을 고향인 미륵사지에 보존시키는 것이야말로 백제 무왕의 혼이기에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무왕의 혼을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지방문화유산의 강탈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새해 벽두에 희망만을 말하지 못하는 답답한 심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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