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의 단상
정년의 단상
  • 김창환
  • 승인 2011.01.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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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마음과 단정한 옷차림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직장을 떠나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 함께 울고 웃으며 일한 시간들이 바로 어제처럼 느껴진다. 사무실에 쌓아놓은 책들의 찢어진 책장에 묻은 나의 흔적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빛바랜 흑백 사진속의 어리고 순박한 모습의 제자들이 사회 각계에서 자기 몫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근무를 같이한 후배들이 내가 걸었던 길을 되받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오랜 공직 생활 마침표를 즐겁게 찍을 준비가 다 되었음을 느낀다..

한사람의 인생을 세 단계로 나누었을 때 1/3 동안은 직업을 얻기 위한 성장의 시기요. 1/3 동안은 직업을 통해 일하는 시기요. 1/3동안은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는 시기로 인생정리기라 할 수 있다. 직업을 떠나는 정점에 있는 시기가 정년퇴임이다. 한 때는 대부분 정년퇴임식을 하지 않았으나 요즈음은 정년퇴임식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교원으로서 정년퇴임이 바람직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공부와 임용의 과정, 그 교직에서 유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 남달리 노력한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정년퇴임이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사람은 각기 서로 다른 자기 생애를 통하여 점철(點綴)된 소중한 개인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 일한 바에 따라 생애에 대한 가치를 저울질 할 수 있어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년퇴임시 직무에 정려하여 공적이 뚜렷한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에게 훈장이나 표창장을 준다. 근정훈장은 청조(1등급)황조(2등급)홍조(3등급)녹조(4등급),옥조(5등급)의 5등급이며, 표창장은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표창 등이 있다. 훈장이나 표창장은 근속 연수에 따라 정해지지만 한 개인이 공직생활에서 국가의 녹을 먹은 공복으로서 대과 없이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여 자녀들에게 귀감이 되며 지인들에게도 이를 알리는 계기가 된다. 근무한 기관의 조직을 발전시키고 그것이 국가 사회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여 왔다면 자존감과 아울러 앞으로의 삶이 가슴뿌듯함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정년퇴임은 한 개인의 영광이요. 그 가족의 영광이요. 넓게 보면 나라의 영광이기도 하다. 또한 정년퇴임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졌다는 의미여서 행복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흔히 인생을 편도열차라고 한다. 일단 떠나게 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로 후회 없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따라서 정년퇴임 후에 시작되는 제3의 인생은 청년시절이나 장년시절과는 사뭇 다른 마음가짐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직생활에서 구득불고(求得不苦)를 체험했으니, 욕심 가득한 마음을 비우고 자꾸 털어내어 가볍게 할 때 만족감, 행복감, 즐거움이 뒤따를 것이다. 또 공직생활에서 협력과 화합도 있었지만 원증회고(怨憎會苦)란 말처럼 미운 사람 싫은 사람과 인연을 맺거나 바라지 않던 일이 이루어져 낭패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를 다 포용하는 용서가 있어야 한다. 싫은 사람 이름은 물에 새겨 흘려보내고, 아끼고 돕고 싶은 사람 이름은 돌에 새기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제3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헤쳐 나가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년퇴임은 삶과 우주에 흐르는 도도한 순리를 경험하는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년퇴임은 퇴임이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이고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릇 인생은 세가지 여유로움을 이야기 한다. 하루는 저녁이 여유로워야 하고 자연의 사계절인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사람은 노년이 여유로운 삶은 자연에 순응하는 멋있는 삶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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