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행정을 넘어 위대한 행정으로
좋은 행정을 넘어 위대한 행정으로
  • 박기홍
  • 승인 2011.01.02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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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저서에서 최고의 리더를 ‘5단계 리더’로 표현했다. 리더십 사다리 중 가장 상위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겸양(humble)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대의 앞에서의 겸양을 말한다”고 풀이했다. 5단계 리더들은 야심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야심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밖을 향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행정도 고객(지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업 경영과 똑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좋은 행정을 뛰어넘어 위대한 행정으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행정은 ‘겸양의 리더십’이란 토양에서 발아한다. 어찌 보면 좋은 행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행정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AS를 게을리하지 않으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위대한 행정은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자칫 인기영합주의에 빠지기 쉬운 행정의 관성에서 벗어나, 진정 전북 발전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반성하고, 성찰해야, 위대한 행정이 될 수 있다.

민선 5기 단체장들은 한결같이 일자리 창출을 올해의 제1 화두로 꼽았다. 청년실업률이 8∼10%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영세자영업자들의 몰락도 끊이질 않아 일자리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등장한 까닭이다. 문제는 올해도 경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500대 대기업들의 올해 신규채용은 2만600여 명으로, 작년보다 6.7% 늘어날 것이란 조사 통계가 나와있지만 지방의 구직자들에겐 과연 많은 기회가 돌아올 것인가.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좋은 행정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러 시책을 발굴하고 노력하는 정도일 것이다. 한발 더 나가 위대한 행정이 되려면, 이 시책이 과연 전북의 현실과 부합한 지,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행정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든 것을 솔직하게 까발리고 구직자들의 처절한 심정까지 껴안으려 해야 할 것이다. 도와 시, 군정의 성과를 겸손하게 낮추고 행정 수요자인 밖을 향해 야심을 펼쳐야 한다는 말이다.

느닷없이 위대한 행정을 언급하는 이유는, 민선 이후 성과 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어서다. 도와 14개 시·군이 저마다 행정의 성과를 치장하는 유혹을 떨치긴 힘들 것이다. 각종 개발계획을 놓고, 전북을 위한 실익이 있는지, 다른 시·도와 비교할 때 과연 우리의 현주소가 앞서고 있는지, 냉철하게 현실을 파악하지 않고 외형만 따져 자화자찬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찬한다 해서 현실을 망각할 순 없다. 전북은 16개 시·도 중에서 후발주자임에 틀림없다. 경남이나 수도권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선 최소한 2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예산 확보만 놓고 보자. 국내 예산 증가율이 3%라면 전북은 최소 6% 이상 확보했을 때 스스로 잘했다고 평할 수 있는 것이다. 무작정 “작년보다 얼마만큼 더 많이 확보했으니 잘한 것 아니냐”고 스스로 과대평가한다면 ‘좋은 행정’도 아닐 뿐더러, 아마추어 행정에 그치지 않는다.

신묘년 새해엔 지자체마다 기업유치 숫자만 내놓을 게 아니라 차가운 경영환경에 버티지 못하고 안타깝게 쓰러진 중소기업들의 숫자도 함께 내놓길 바란다. 자화(自畵)를 자찬(自讚)하기보다 겸손하고 냉철하게 자각(自覺)해야 한다. 전북도와 시·군이 위대한 행정을 위해 겸손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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