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교사 폭언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대안 세워야
학생의 교사 폭언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대안 세워야
  • 노병섭
  • 승인 2010.12.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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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성희롱적 발언, 폭언과 폭행 등의 모습이 언론 보도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교육계를 넘어 국민들에게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전교조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교사의 권위를 부정하거나 정당한 지도와 지시를 거부하는 언행, 그리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생들의 폭력적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또한 해당 학생의 잘못을 묻고 이를 교육적으로 시정하기 위한 적절하고 적극적인 조치가 학교 현장에서 행해져야 하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언론과 보수단체들은 마치 이것이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진보교육감의 체벌금지와 학생인권보호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들이 ‘막장교실’ 운운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는 아주 거리가 먼 몰지각한 트집 잡기에 다름 아니다. 또한 사실관계를 따져 보지도 않고 학생의 인권 보장의 취지를 무색케 하며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을 폄훼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2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곽노현교육감이 체벌 전면금지 방침을 밝힌 지난 9월 이후 서울시내 중?고교에서 교사에게 폭행과 폭언 등을 했다가 징계를 받은 학생 수가 이전과 견줘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일부 단체와 언론이 앞다퉈 ‘체벌 금지 조치 이후 교권침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와 같이 최근에 불거진 학교현장의 모습이 체벌금지나 학생인권보호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경쟁만능 교육 등의 잘못된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학교 현장 교사들의 중론이다. 물론 체벌이 전면 금지됨으로써 교사들이 심리적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마치 체벌금지가 지금의 학교문제를 양산한 원인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진단인 것이다.

한국의 초중등 교육이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한 입시경쟁 교육체제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오로지 대학 입학 성적만이 학생과 학교교육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인이 되었으며,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은 설자리를 잃은 지 오래이다. 게다가 정부는 일제고사와 학교서열화를 조장하는 특권교육 등으로 학생들을 초등학교부터 무한경쟁으로 내몰아 초중등교육에서부터 학생들을 승리자와 패배자로 구별하고 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시범 시행되고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교원평가는 학생이 교사를 1점부터 5점까지 점수 매기는 대상으로 만들어버렸고, 결국 교사의 권위에 대한 존중과 존경은 정부당국의 잘못된 교원평가제도에 의해 짓뭉개져가고 있다. 게다가 학교장의 권한만을 강화시킨 학교자율화 정책으로 학교 현장은 다시금 70~80년대의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장, 교사의 관계로 퇴행시키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그대로 교실에 투영되어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왜곡시키고 있다. 이러한 학교현실에서 일찍부터 패배자로 낙인 찍혀 설자리를 잃어버린 일부 학생들은 게임방 등을 전전하며 방황하고 있으며, 대학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은 학교 다닐 이유를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며, 공교육붕괴의 원인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시행된 지 겨우 한 달이 넘어가는 체벌금지가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의 원인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보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대해 태생적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일부언론과 보수단체의 편협한 인식의 일면일 뿐이다. 지난 21일 모 언론은 사설을 통해 교권실추가 일부 진보교육감의 체벌금지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해괴한 주장일 뿐이다. 며칠 전 공개된 속칭 ‘개념없는 중학생’ 동영상은 여름에 촬영된 것이며, 지역 역시 서울이나 경기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 모 고등학교의 교사폭행은 교사의 부적절한 지도방법에 대한 학부모의 주장이 제기됨으로써 그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 할 일이다. 또한 강원의 경우 체벌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강제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2011년 신년사에서 “교육의 양극화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빚어낸 학생들의 안타까운 일탈행위를 학생인권이 존중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왜곡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고 밝혔으며, “인권과 교육은 대립하지 않으며, 학생인권과 교권은 충돌하는 것이 아닌 상호 존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교권침해 사례는 그동안 잠재돼 있던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지, 학생인권조례 시행이나 체벌 금지 조치의 부작용이라는 인식은 옳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또 “학생인권조례가 담은 정신이 뿌리내리려면 우리의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각종 학교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적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맹목적으로 비하하는 것에 반대하며, 교권을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에도 경계한다. 진정으로 잘못된 학교현실을 바로잡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고 올바른 대안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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