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주 한국폴리텍V대학 김제캠퍼스 홍보실장> 물꼬와 실타래
<오익주 한국폴리텍V대학 김제캠퍼스 홍보실장> 물꼬와 실타래
  • 한성천
  • 승인 2010.12.27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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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후면 새해 아침이 밝아진다. 어느덧 백호의 해인 올해의 남은 일수도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그간 숱한 일들이 벌어지고 또 아물며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시골에서 자라고 농사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물꼬에 대해서 잘 안다. 장마철이나 빗물에 농작물이 상하지 아니하도록 빗물고랑을 잘 터 주거나 이웃 논 끼리 모내기할 때 물을 대기 위해 물길을 다듬고 통로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실개천에서 바닥이 드러난 하천에 이따금씩 물이 괴어 있는 곳이면 피라미들이 모여 우글거리고 붕어잔챙이들이 퍼덕이면 아이들은 큰 웅덩이 쪽으로 물길을 만들어 주고 작은 웅덩이와 큰 웅덩이가 합치도록 바닥을 파주며 놀았던 기억들이 내가 아는 ‘물꼬’다. 파놓은 길을 따라 졸졸졸 웅덩이가 합쳐질 때 우리는 성취감을 느꼈다.

지금은 연 날리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요즘 아이들도 연에 대해서 알고는 있다. 그러나 이제 연날리기도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어간다.

1970년대 이전의 어린 시절 때는 학교만 다녀오면 가방을 팽개치고 연 만들기와 팽이 깎는 일, 그리고 썰매 만드는 일이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놀이였다.

겨울철 들판에서 연을 띄우다가 고의로 연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옆에 있는 아이들과 서로 엉키면 연줄을 풀지 못하고 두 연줄을 잘라냈다. 어느 누구의 잘못을 가리는 다툼은 없다. 엉켰던 연을 빨리 풀어야 짧은 겨울나절의 연날리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희뿌연 창공에 실타래를 원 없이 풀어가며 연을 띄우면 마음은 이미 전투기의 조종사가 된 느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을 둘러보면 답답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제일 답답한 것이 정치이고, 다음으로는 남북문제다. 노사관계도 그 중 하나다.

대화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 그늘에 가리운 경제 현안보다 우선순위는 없다. 4대강으로 국론이 양분되고 날치기 예산통과에 국회의원부터 기초의회까지 외유에 밥그릇과 명분싸움, 국민을 위하는 듯한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누가 주인이고, 왜 이들이 필요한지 분간이 서지 않는다. 국회를 해산하고 기초단체가 없어지면 조용할까? 북한 사람도 남한사람도 같은 한국인이다. 전쟁을 원하지도 않고 불안해하기도 매한가지이다.

북한사정은 그렇다 치지만 남한의 전쟁분위기는 누가 조장하는지 외교가 무엇이기에 소통을 못해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중국을 달래는지 주권도 국가도 상실된 느낌이다.

30년만의 ‘성탄한파’속에 정류장에서 발을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는 소시민이 ‘버스파업’을 온당하게 생각할까? 쟁의위원과 헌재 등 정의기관이 있어도 조정기능이 상실된 느낌이다.

삽들은 자들이 물꼬를 터야 하는데 그만한 그릇이 아쉽다. 실타래처럼 풀리려면 서로 포기하고 양보해야 산다. 그간 숱하게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때 양보의 미덕을 강조해왔다. 그 말은 사회 리더층이 더 열을 내왔다. 하지만 입으로만 그쳤다.

신묘년에는 정치, 외교, 경제, 국방, 사회, 언론이 용궁에서 빠져나온 토끼처럼 유순하고 총명하게 뛰어넘는 지혜로써 소시민을 기쁘게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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