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1 도광양회
<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1 도광양회
  • 박기홍
  • 승인 2010.12.24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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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임진년 총선·대권 혈투가 시작됐다
<사자성어로 본 전북정치 연중기획 시리즈>



적어도 도내 정치권의 신묘년 새해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를 것이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을 멀리 뒀지만 정치지형의 변화를 기대하는 입지자들의 각오가 새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사실상의 총선 국면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본보는 이와 관련, 도내 정치권의 치열한 움직임을 조명하는 ‘사자성어로 쓴 전북정치’ 연중기획을 싣는다. <편집자 주>







1. 도광양회(韜光養晦)

감출 도(韜)에 빛 광(光), 기를 양(養), 그믐 회(晦)로,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1980년대 중국의 대외정책을 일컫는 용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칼 빛을 감추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장도를 닦는 도내 정치권의 세계를 무림고수에 비유해 소개한다.



탁세(濁世)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물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은 검다 못해 핏빛이 서린 선홍색으로 착각할 정도다. 하늘 저 멀리서 금방이라도 큰 비를 뿌릴 것 같은 먹구름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2011년 신묘년 새날은 그렇게 밝았다. 하늘을 바라보던 원기·대철무신(武神) 등 민주문파의 원로 고수들은 “피를 뿌리며 많은 사람이 죽어갈 것”이라며 혀를 끌끌 찬다. 강호의 무림인들이 일거에 대혈난에 휘말려 들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1. 대망을 꿈꾸는 자

정대인은 웃통을 벗은 채 어깨 쪽 상처를 만지작 거린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경인년(2010년) 시월 초사흘, 민주문파 내 파벌경합에서 현 학규방주의 민심대장정 철퇴로 일격을 당했던 어깨 부위가 비가 오면 더욱 쑤시고 저려온다. 귀가 얇은 정 대인에게 여덟 팔(八)자 콧수염이 자랑인 참모 한 사람이 장롱 깊숙이 간직했던 연평도 해전사를 꺼내들며 “노짱시절 통일부장수의 경험을 살려 민초들의 영웅이 되라”고 간언한다. 정 대인은 통일부장수의 경험을 밑천 삼아 이미 세상을 떠난 대중상왕의 햇볕초식을 다시 다듬고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배워왔다는 ‘무덤에서 요람까지’ 비책서 탐독에 열을 올린다.

지난해 민주문파 간 대결에서 수하들의 배신에 노짱, 대중상왕이 손에 쥐여준 이른바 ‘민주문파 혈통서’를 제대로 흔들어 보지도 못했던 세균도사는 삿갓을 깊게 눌러쓰고 강호에서 조용히 낚시를 하면서 세월을 보낸다. 겁난의 전장에서 상처가 너무도 깊고 큰 데다 오랜 세월 민주문파 적자로 살아왔지만 백성들이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서글픔을 삿갓 속에 묻어 두고 있다. 잘 다듬어진 백마의 말총처럼 흰 턱수염이 볼만한 참모가 목이 잘릴 각오로 세균도사에게 아뢴다. 한나라문파의 근혜공주를 향한 민초들의 강건한 마음과 세균도사의 전라도 고향이 팔도 백성들의 마음을 얻기 어려우니 중원 패권보다는 민주문파의 방주로 가자는 진언이다. 세균도사는 “얻었다고 기뻐할 것만은 아니요, 잃었다고 슬퍼할 것만도 아니다”고 삼국지 한 구절을 읊고 대중선생,노짱을 떠올리며 입술을 질끈 깨물어 본다.

민심대장정 철퇴에 무게가 팔십 근이 넘는 예산보검을 새로 사들인 학규방주는 ‘잃어버린 600만 민초심’이 길거리에 있다는 생각 속에 오늘도 내일도 풍찬노숙검을 마음껏 휘두른다. 경인년 민주문파 파벌싸움에서 정대인과 세균도사를 단칼에 베어 버렸던 풍찬노숙검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다. 학규방주는 민주문파에서 혹독한 수업료 내며 갈고 닦은 실사구시 초식을 토대로, 풍찬노숙검에 ‘독재 타도’ 문구를 새겨 넣고 있다.



#2. 거사들의 철심투혼

민초들의 손을 맞잡아 마음을 일순간에 빼앗는 당수권법의 1인자 춘진거사는 민주문파의 거사들을 전북 무림의 근거지인 중화산궁으로 불러 모았다. 중원 패권을 놓고 벌이는 학규방주와 정대인, 세균도사의 싸움이 민주문파의 폭풍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도마처럼 한쪽이 긴 탁자 가운데 그가 자리를 잡고 오른쪽에는 정대인과 강래·신건·세환거사가, 왼쪽에는 세균도사와 규성거사가 눈을 뜨고 직시한다. 맞은편에는 봉균·춘석거사가, 전북무림의 홍일점인 배숙낭자는 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전북도부 무림 거사들의 자리배치에 눈살을 찌푸린 춘진거사는 “파벌싸움에 잘못 끼어들면 목이 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마디 내던진다. 한나라문파의 경남도부 검객들과 토지이전 문제로 연일 전투를 벌이는 규성거사가 육중한 몸을 일으키며 ‘중진고수 차출’, ‘무림세계 판갈이’라는 중원패권 2가지 비책을 토한다.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세균도사와 달리 정대인을 중심으로, 봉균·강래거사, 배숙낭자가 미간을 찌푸리고 일순 몸을 움찔하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한때 중원의 곳간을 맡아 예산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렀던 봉균·강래거사가 나서 전북 무림의 발전사에서 중진 역할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노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를 받는다.

전주성 완산고을 출신 등 소장파 거사들은 무자년(2008년)에 학규방주가 한나라문파와의 총선대첩 승리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전라도 거사들을 제거한, 이른바 ‘무자년난(亂)’을 생각하며 몸서리를 친다. 개혁 갑옷을 몸에 두른 소장파 무림 거사들은 “민초들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상향권법이 대세다”라고 일갈한다. 나아가 “성분이 다른 백성들을 적당히 섞어 상향권법의 무공을 배가하면 제2의 무자난을 막을 수 있다”고 전라도부 피바람 판갈이에 대한 방책을 내놓는다.



#3. 때를 기다리는 검자

“먼저 채찍을 붙잡는 사람이 이긴다. 지금 붙잡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다면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는다”. 검은 복면을 한 일군의 무리들이 중원의 소식에 귀를 쫑긋하는 등 전북 무림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직감한다. 임진년(2012년) 사월 한나라문파와 일대 결전을 앞두고, 전북도부를 중원으로 한 민주문파 검객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민초들의 고을법 상담을 해온 광삼검객은 백성들과 눈맞춤으로, 한때 엽전점포를 관리했던 희태검객은 민들레를 이용한 우회권법으로, 상업에도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는 고수 상직검객은 고공권법을 구사하는 활공법으로, 각각 전북 거사들과 일전을 기다리고 있다. 소식통 업에 몸을 깊숙히 담았던 재영검자가 칼을 간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때를 틈타 민주문파의 각 고을에선 호서·창희·성주 검객 등 고을검객 3인방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중원행을 도모한다는 소문이 저잣거리를 파고든다. 자신들은 신무협계에 뛰어들 야망이 없다고 일갈하지만, 이들의 무공을 아는 민초들은 중원의 실력자와 은밀한 거래를 하며 섣달중순에 벌어지는 민주문파의 패권전쟁에서 실행을 결의할 것으로 바라본다. 지방검객들이 피를 나눠 마시며 도원결의 할 것이란 소문도 발 없이 전파됐다.

미친 소들의 난으로 고초를 치르다가 천신만고 끝에 지난 경인년 유월 초이튿날 전북싸움에서 기사회생한 한나라문파의 운천장수도 호남도부의 맹주를 자임하며 ‘명박상왕’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꼬끼오 서당을 연 운천장수는 명박상왕의 힘을 빌어 새만금과 토공 권법이 완성되는 그날, 전북 무림의 새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 바야흐로 중원무림은 이렇게, 신묘년 첫날부터 최강의 검자들이 꾸역꾸역 모여들면서 살기(殺氣)의 태양을 맞고 있다.

박기홍기자, 서울=전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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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너렁 2011-08-22 09:36:40
정말 재밋게 썼구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