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진 전주MBC PD> 소리의 고향 전북이 위태롭다
<전성진 전주MBC PD> 소리의 고향 전북이 위태롭다
  • 김태중
  • 승인 2010.12.22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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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성과를 쌓아온 세계소리축제가 난항이다. 전북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 되어온지 어언 열 번째 해를 맞은 금년 행사를 어렵게 마치고 난 지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행사의 예산 의결권을 가진 도의회의 문제제기와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를 통해 폐지론과 존치론의 입장은 비교적 소상히 전달되고 있다.

지난 10년의 투자와 성과에 대해 미흡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바라보면 최근의 논란에 수긍되는 바가 없지 않다. 그 골자는 정체성에 대한 논란, 미숙한 운영, 지나친 행정의존에 대한 지적이다. 미숙한 운영과 지나친 행정의존은 소리축제가 지닌 흠이면서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존립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는 안정적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자발성의 부족이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해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반면 축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지나친 간섭과 비난이 힘을 잃게 만들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아쉬운 것은 10년의 세월을 더하고도 여전히 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벗어나지 못함이다. 세계소리축제의 정체성은 진정 무엇일까? 소리축제 조직위원회 김정수 예술감독은 ‘한국음악을 모태로 한 외국전통음악과의 조우가 축제의 정체성 아니냐’라고 항변한다.

시민들은 어떨까? 필자가 시민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혼란스럽다. 정체성이라고 정색하고 물어본 적은 없지만 ‘소리’라고 하는 큰 개념을 어떻게 녹여내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대중의 지지를 이끌었는지에 대해 시민의 공감과 지지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조직위원회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앞선 지적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 책임이 지금의 조직위원회가 온전히 안아야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 10년의 궤적이고 소리축제에 담고자 하는 ‘우리 소리’가 처한 절박하고 초라한 환경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문제는 풀어내면 될 것이다. 다만 사람을 아끼고 기다리는 노력은 훨씬 더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문화기획판에서 최고를 다투는 이들이 거쳐간 곳이 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다. 강준혁, 임진택, 곽병창, 안영수, 안숙선, 김명곤과 같은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비판적 여론을 견뎌내지 못하고 힘들어하거나 중도에 물러났다. 맷집(?)있게 견뎌주지 못한 당사자들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소리축제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들 중 다수가 지역에 깊은 애정을 가진 우리 지역출신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조직위원장이나 총감독의 잦은 교체는 소리축제가 오랜 시간 중심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만든 이유 중의 하나가 되어 왔다. 절대적 헌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뚝심, 장기적 플랜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적 영화제로 성장시킨 김동호 위원장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람을 아끼지 않으면 어떠한 행사, 어떠한 축제도 꿋꿋하게 성장할 수 없다. 깊이 고민하여 사람을 선정하되 믿고 맡겨주어야 한다. 행사가 끝날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어 되면 누구도 제대로 된 축제로 성장시킬 수 없다.

세계소리축제와 함께 전주대사습놀이는 훨씬 깊은 역사와 전통으로 전북을 알리고 대표하는 국악축제로 존재하고 있다. 세계소리축제가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된 반면 전주대사습놀이의 위기상황은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40여년 동안 전주대사습놀이를 주최해온 MBC 본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재정지원과 주최권을 포기하고 대신 전주MBC가 어렵게 이를 이어오고 있다. 큰집이 포기한 전주대사습놀이를 지역에 뿌리를 둔 작은 집이 책임지고 있는 형편이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의 눈물겨운 노력과 전주시, 전라북도의 지원으로 어려운 명맥을 잇고 있는 전주대사습놀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조금 처량해 보이지만 우리 소리, 우리 가락을 DNA처럼 몸안에 새기고 있는 이들이 우리 말고 대한민국, 아니 세계 어느 곳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제대로 다듬어내지 못한 우리 책임이지 이처럼 귀중한 문화상품의 원석(原石)이 또 어디 있겠는가?

소리의 본향 전라북도. 그 명성이 허명이 되지 않으려면 작금 논란과 위기에 처한 세계소리축제와 전주대사습놀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총체적인 토론과 의견의 결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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