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푸드로 탄소 발자국을 줄이자
로컬 푸드로 탄소 발자국을 줄이자
  • 장병수
  • 승인 2010.12.1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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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걸음 수는 약 5,400보라 한다. 하루에 평균 5,400개의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럼 사람만 발자국을 남기는 걸까? 아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생산품들 역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우리만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비롯한 모든 상품들도 생산, 제조, 유통 그리고 소비와 폐기 과정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발자국을 남기는데 그것을 바로 우리는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탄소 발자국이란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의 총량을 표시한 것이다. 이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상품에 표기하는 것을 ‘탄소 라벨링’(Carbon Labelling)이라고 부른다. 탄소 라벨링의 단위는 g 혹은 kg이나 우리가 심어야할 나무그루 수로 표기 된다. 예를 들면 종이컵 하나의 탄소 발자국은 11g이고, 500ml 생수는 10.69g이다. 종이컵의 경우를 확대해서 환산해 보면 우리 국민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종이컵이 약 120억 개라고 할 때, 이를 탄소 발자국으로 계산하면 13만 2000톤에 달하고 이를 나무 수로 표시하면 4725만 그루에 해당된다. 국민 1인당 1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1년 동안 사용하는 종이컵의 탄소 발자국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니 1회용 종이컵 사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해야겠다.

이렇듯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눈뜨게 하려고 도입한 탄소 발자국 제도를 모든 상품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농산물의 경우 탄소 발자국 보다는 덜 복잡한 ‘푸드 마일리지’라는 용어를 쓴다. 즉 농산물이 생산지로부터 생산, 운송,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는 과정에서 소요된 거리를 계산하여 표기한다.

무엇보다도 최근 이상 기후 및 자연 재해 등으로 인한 농산물의 생산 불확실성과 더불어 개방화에 따른 수입 농산물의 홍수로 인하여 푸드 마일리지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 즉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국산 포도의 푸드 마일리지는 514만t·km, 국산 감귤의 경우 3천만t·km인 반면, 수입 포도는 5억2천400만t·km, 수입 오렌지는 8억t·km라고 한다. 푸드 마일리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위의 수치가 분명하게 보여준다. 위와 같은 비교를 국내의 상황으로 축소해서 살펴볼 때 생산지와 소비지가 원거리일수록 푸드 마일리지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구의 생태계 변화의 주범으로 확인 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지역농산물에 대한 소비 운동에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을 전개해 나아가야 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지역농산물소비운동’인 일명 ‘로컬 푸드’ 운동이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국내의 경우 생산된 장소로부터 운송수단에 의해 이동한 총 거리가 반경 50km 이내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을 로컬 푸드라고 한다. 로컬 푸드는 운송거리가 짧기 때문에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과 식품의 신선도와 영양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로컬 푸드 운동이 정착됨으로써 지방 농업이 활성화 될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자의 안전 농산물 선호에 따른 친환경 안전 농산물 생산이라는 착한 생산으로 이어져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로컬 푸드 운동의 정착을 위해서 먼저 농업인들은 지역 환경에 적합한 로컬 푸드용 농산물생산 조직을 결성하여 친환경 안전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탄소 발자국을 감소시킬 수 있는 친환경 관련 인증마크 부착 농산물 및 지역농산물을 애용하는 소비자 실천 운동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 정부는 지역농산물의 학교급식 및 지역 산업체 급식 확대를 위한 제정확보를 통한 세제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국 안전한 먹을거리는 안전한 생태환경이 유지될 때 가능하다. 때문에 로컬 푸드 운동은 탄소 발자국을 감소시켜 농업인과 소비자를 착한 생산과 착한 소비로 이어주는 윈-윈 전략에 적합한 제도이며, 동시에 지방 농업을 건강하게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촉매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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