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이념적 갈등 해소
교육계의 이념적 갈등 해소
  • 김창환
  • 승인 2010.12.06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의 본질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두 가지 입장이 대립해왔다. 교육을 지배 계급이나 기득권층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견해와 이와는 대립적으로 성원들이 교육을 통해 통합과 안녕을 가져온다고 보는 입장이 그것이다. 특히 근대국가는 교육을 성원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로 규정함에 따라 교육과 관련된 제도의 신설 및 발달이 어느 시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의 신장이 교육의 본질을 둘러싼 오랜 갈등을 해소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교육현장은 이러한 대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두 입장을 대변하는 교육감들이 동시에 당선됨에 따라 여러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어서이다. 일부에서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공교육은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종교적 신념으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위를 전제로 하는 이상론일 뿐이며 실제로 교육은 정치적 이념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율형 사립고, 무상급식, 일제고사 실시와 같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념적 대립이 현실에서 구체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제 우리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와 진보간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먼저 학교 선택권의 자율성에 관련된 것이다. 소위 평균화 교육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보수의 입장은 이제 우리의 공교육은 양적으로는 크게 확장되었기 때문에 질적 향상을 목표로 교육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틀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보는 선택권의 보장은 사회적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시행되어서는 올바르지 않고 설사 시행됨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이 용인되기 위해서는 소외된 계층에 대한 보호 장치가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러한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보수의 주장인 질적 향상이 지배계급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축제에 불과하며 재능 있는 빈곤층 아이들은 영원히 계층상승의 기회가 박탈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쟁점이 있다. 학업성취도는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진작시킬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학력을 관리하고 점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성취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학교와 학생들에게 과중한 학업부담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는 전자에 중심을, 진보는 후자에 중심을 두고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학교의 역할인 인성교육의 방식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치열하다. 보수는 학교는 교육이라는 목적의 구현을 위해 다소의 강제성이 용인되는 집단으로서 학교 내에서의 학생들이 권리와 자유는 상황에 따라 제한되고 유보될 수 있으므로 집단의 공익, 사회성 함양, 타인의 배려 등을 위해 존재하는 규칙을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제재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보는 훈육은 인정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 기존의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기존의 방식은 교육주체인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국가나 교사들의 입장에서만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학생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벌보다는 인권조례의 제정과 시행을 통한 자율적 규제를 강조한다.

다음으로 무상급식과 관련된 쟁점이 있다. 무상급식은 복지의 보편성에 따른 정책이다. 복지의 보편성은 복지제도의 발달사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성격이다.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시혜로서 복지가 아닌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로서 복지가 정의되어지고 받아들여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모든 나라에 똑 같은 시기에 똑 같은 방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보수는 이 점에 주목한다. 예산과 같은 현실적 제약조건이 있는 상황에서 전면적 무상급식이 다른 예산을 제쳐두고서라도 우선적으로 전면적으로 시행될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의 논리는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런 보수의 논리가 타당하려면 불요불급한 다른 예산이 없거나 적어야 한다. 진보는 그 점을 지적한다. 진보가 흔하게 거론하는 4대강 사업 관련 예산도 이러한 범위에 들어간다.

어떠한 교육정책이든지 찬반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는 양쪽에 다 장점과 일리,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각차는 교육이라는 행위에 대한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관찰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지금의 논란은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먼저가 아니라 편가름 식의 환원주의로 정책을 바라보고 상대방의 문제점만을 비난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모두의 손해일 수 있다. 교육이념에 대해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 일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보수나 진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위한다는 학생, 학부모, 나아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들은 힘의 논리를 벗어나 상대방 주장의 타당한 측면을 수용하고 이를 자신의 주장과 결합해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