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를 향한 ‘아름다운 기부’의 명암
연평도를 향한 ‘아름다운 기부’의 명암
  • 최낙관
  • 승인 2010.12.0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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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인년 달력도 이제 마지막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어느 해 못지않게 많은 일들이 이슈화된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소식,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원정 16강 달성, 최근 막을 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2위 달성 등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으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많은 자부심을 느꼈던 반면, 정치적으로는 최근 북한에 의해 도발된 천안암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슬픔어린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북측의 무차별 포격으로 우리의 장병과 주민들이 사망하였고 피해를 입은 많은 연평도 이재민들이 무너진 보금자리를 보며 눈물로 절규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진한 여운으로 우리들 가슴 속에 살아있다. 이처럼 비극적 상황 속에서 꿈과 용기를 잃어버린 연평도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위한 각계각층의 성금과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아름다운 손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평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강하게 표현하면 국민들의 저변에 반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반감’의 실체는 무엇인지 한번쯤 곱씹어 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성금과 기부는 ‘만인을 위한 만인의 사랑’을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적 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훈훈한 정과 사랑이 넘치는 나눔과 기부행위의 확대는 한편으로 사회가 안고 있는 부의 불평등과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국민참여와 통합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문화코드로서 기부문화의 정착은 바로 그 때문에 성숙한 사회를 가름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기부와 성금이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1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연평도 문제와 관련하여 문제해결의 제1선으로 국민성금이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 ‘반감의 본질’이라고 본다.

좀 더 거창하게 보면, 이 문제는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사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을 지켜주는 것이다. 바로 그 역할을 위해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안전을 보장받고자 한다. 바꾸어 말하면, 연평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국가와 정부가 제1선에서 납득할만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예산이 부족해서 혹은 관련 규정이 없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개입방법을 찾지 못하고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려 한다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본다.

작금의 연평도 관련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할 문제이다. 북측 도발에 의한 민간인의 죽음과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는 연평도의 문제가 지자체인 인천시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국가와 정부는 가장 부차적이고 후순위인 성금과 기부에 슬그머니 기대서는 안 된다. 성금이란 정부 지원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보충적인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제 국가와 정부는 유족과 난민처럼 생활하는 피해당사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 신뢰할만한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연평도 주민은 물론 온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가에 대한 신뢰는 커질 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사랑’을 위해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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