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통한 평화정책으로의 대전환이 답이다
대화를 통한 평화정책으로의 대전환이 답이다
  • 정동영
  • 승인 2010.11.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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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세계 3차대전 문턱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을 자극하여 핵전쟁을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쿠바로부터 소련 미사일을 철수시키는 것”을 분명한 전략적 목표로 두었다. 그리고 당시 소련 정상이었던 흐루시초프와 직접 만나고, 친필 편지를 주고 받으며 협상 노력을 병행했다. 결국 소련 항모는 방향을 돌렸고 위기상황은 관리되었다.

연평도 사태로 인한 국민적 분노와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휴전 이후 최고의 전쟁행위로 기록될 연평도 포격은 국제법과 정전협정 그리고,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위반한 도발이다. 명백한 북한의 책임이며,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 모두 하나가 되어 관철시켜야 할 당연한 대한민국의 권리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 상황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동시에, 한반도에 상존하는 긴장과 불안정성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대책 또한 강구해야 한다. 휴전선 155마일을 사이에 두고 180만 남북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평화지키기와 평화만들기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다. 바로 9.19 공동성명이다. 2005년 9월 19일 남·북·미·중·일·러 6개국 대표들은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 국제 규범의 준수, 에너지·교역 및 투자분야에서 경제협력 증진,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노력’을 공동성명으로 채택했다. 이러한 공동성명은 철저히 남과 북의 주도로 관철되었기에 더욱 큰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중국이 제안한 6자 회동을 발로 걷어찬 것은 국민의 안전과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정부의 선택지가 아니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그 누구도 아닌 남과 북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한반도 평화 관리의 길은 ‘무력’이 아닌 ‘대화’임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보복의 악순환이 남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간다. 군국주의시대의 유물이었던 시대착오적 전쟁불사론은 폐기되어야 한다. 2010년 오늘 어떤 국민이 전쟁을 찬성한다는 말인가! 지금 국민이 왜 전쟁의 불안을 감당해야 하는가! 전쟁은 막아야 한다.

연평도 사태를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며, 명백한 책임전가이다. 민주정부 10년 간 서해교전 등 갈등의 순간이 있었으나 남북간 직접대화를 통해 상황이 관리되었으며,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는 사라졌다. 연평도 주민들조차 ‘적어도 지난 정부 때에는 전쟁 걱정은 안했다“며 탄식했다. 집권 3년차 정부가 아직까지 이전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과 무능의 고백에 다름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화와 협력 대신에 강경일변도의 잘못된 노선을 걷고 있다. 포용정책 대신 남북증오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연평도 사태 발생 후 일주일만에야 발표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사태해결을 위한 어떠한 대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최악의 남북긴장관계 속에서도 매일 아침 개성공단으로 3,4백대의 트럭과 버스, 승용차 등이 DMZ를 넘어 출근했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방법과 전략을 상징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대전환이 필요하다. 대화를 통한 평화정책만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연평도 사태해결을 위해서도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9.19로 돌아가 6자회담의 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비핵화와 한반도평화체제의 문을 열어야 한다. 평화와 안보관리는 말폭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고 치밀한 전략 속에 주도적으로 행동할 때 가능하다는 명백한 사실을 이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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