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조직문화에 대한 가벼운 인식
도청 조직문화에 대한 가벼운 인식
  • 박기홍
  • 승인 2010.11.29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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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에 대한 현실 인식이 너무나 가볍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전북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도청 직원들이 말하는 조직문화는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공직자의 목표는 승진이다. 샐러리맨은 가족부양이 중요하다. 도청 공무원은 둘 다 해당한다. 그런데 돈도 승진도 아니란다. 일할 맛나는 직장,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태양 아래 휘파람 불며 달려가고 싶은 직장, 도청 직원들의 희망사항이다.

도청공무원노조가 지난 7월 청원 1천17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이런 갈망이 녹아있다. 도청 직원들은 직장생활의 제1 가치에 대해 급여(18.8%)나 승진(12.8·), 휴가(9.7%)보다 ‘즐거운 분위기(27.1%)’를 선호했던 것이다. 이게 보통 일인가? 과연 누가 돈과 명예보다 ‘분위기’를 외칠 수 있는가?

유창희 도의원이 청원 4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도 충격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날만 새면 소통을 외쳤던 전북도,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다. 상급자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응답은 고작 37%에 불과했다. 응답 직원들의 61%가 소통이 보통이거나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호만 요란한 소통이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조직문화가 창의적인 일을 수행하도록 해 주느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가 41%로 가장 높았고, “매우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23%를 기록했다. 직원 3명 중 2명(64%) 가량이 잘못된 조직문화 때문에 충분한 사고나 창의적인 업무 추진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강변하는 셈이다.

통찰력과 창의력이 없으면 공직사회도 죽은 사회다. 모든 게 수시로 휙휙 변하는 광속(光速)시대엔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실천력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의 창의력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도청 직원들은 일에 치여, 회의에 휩쓸리며, 서류를 만드느라 날을 새는 모습이다. 과로로 방전된 상황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여유와 공간이 있겠는가.

전북도의 현실 인식은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고위직 일각에선 “큰 문제도 없는 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가”라는 투의 모습도 감지된다. 정헌율 행정부지사의 대(對)의회 답변도 그렇다. “전북도는 15개 시·도와 경쟁을 해야 하고 나아가 다른 나라들과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전북도가 살아남고 잘살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희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언제 경쟁을 회피하겠다고 말했던가. 언제 희생하지 않겠다고 말했던가. 많은 도청 직원들은 낙후 전북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희생할 각오도 돼 있는 것으로 안다. 인내하며 자부심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설문에 드러난 도청 직원들의 심정은 “열심히 일하겠다. 다만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게 정확할 것이다.

즐거운 조직의 필요조건엔 여러 가지가 있다. 고위직 회의에서 이 해답을 찾으려 하면 필연 실패할 것이다. 하위직과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조직문화 개선위원회’라도 구성하되, 수뇌부와 고위직은 절대 이야기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직원들을 슬프게 하는 요인을 물색하고 반복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대외소통, 대내불통 현실도 바꿔야 한다. 김완주 지사는 조직문화의 개선을 공개 선언했다. 과연 어떤 문화적 개선이 이뤄질까.

<박기홍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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