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의 정의와 대중성
민주사회의 정의와 대중성
  • 김진
  • 승인 2010.11.26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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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당시, 영국 공장노동자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가 넘쳐나자 하루 한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값싼 임금을 위해 매일 18시간씩 일을 해야 했다. 여성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6~9살의 어린아이조차 광산과 같은 곳에서 일을 했다. 특히 공장주는 인건비가 싼 여성과 아동 노동자들을 선호했다. 공장의 작업환경은 열악해서 기계는 안전시설이 없었으며,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쫓겨나야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남자 근로자들은 하루 17-18시간, 여자들(임산부도 포함)은 14-15시간, 아동들 역시 12시간 이상을 일해야만 겨우 한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동들은 더러운 공장의 기름바닥이나 기계들을 청소하거나 어른들이 들어가기 힘든 광산의 좁은 갱도에서 위험한 일을 했다. 부족한 영양섭취와 지나친 근로시간으로 인해 많은 근로자들은 각종 질병에 시달려야 했으며, 특히 성장기의 아동들은 척추나 무릎이 굽어지거나 휘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린 아동들에게 구타와 폭행을 일삼으며 밤늦도록 일을 시키곤 했는데, 이런 끔찍한 근로환경을 증명하는 통계가 있다. 당시 상류계급 어린이들의 평균수명은 38세였는데 반해, 노동자 어린이들의 평균수명은 불과 17세였다니,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함을 자랑하는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 정의를 따라 변해 온 세상

이러한 악조건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이 생겨났다. 1802년의 공장법에 이어1833년에 개정된 공장법에서는 9세 이하 아동의 고용을 금하고, 13세 이하 아동에게는 주당 48시간만 일을 시키도록 정했다. 그리고 1847년에 재개정절차를 거쳐 부녀자와 아동의 근무시간은 1일 10시간으로 규정된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근로환경을 법으로 규제하자 많은 자본가들이 이러한 조치에 대해 자신들의 이익과 아동들의 일할 권리를 빼앗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정부가 개입해서 방해한다며 반발했다. 노예매매를 금지 시켰을 때도 노예상들은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라며 규제에 반발했고, 인신매매와 성매매를 금지시킬 때도 사회 한쪽의 불만은 있었다. 계속해서 사회의 발달과정과 함께 보건과 안전에 대한규제라든지, 품질과 위생, 환경에 대한 많은 규제들이 숨 막히게 생겨났다. 모두가 사회 한쪽에는 큰 불만을 안겨준 규제들이었지만, 결국에는 사회정의에 의해 세상은 변해 왔다. 그러한 규제와 변화들이 일부에 손상을 끼칠지라도, 다수를 위한 사회정의가 담겨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했기 때문에 세상은 정의를 따라 변해온 것이다.



*법인세·소득세 감세 철회논란

최근 우리사회의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한 감세철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언론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감세를 하는 게 옳을까! 아니면 감세정책을 철회하는 게 옳을까? 나의 생각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정답은 없다고 본다. 국내산업보호나 외자유치,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경제수준에 있는 다른 국가들의 법인세율을 보면 감세를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하지만 효율만이 아닌 조세정의나 서민정서를 생각하는 형평이란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감세를 철회하는 것도 사회정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의는 대중성을 저버릴 수가 없다. 꼭 정의롭지 않더라도 표를 가진 다수가 원하면 그것이 정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결정자들은 인기에 영합한 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중적인 민감한 사안을 접할 때마다 포퓰리즘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공평과세로 세율은 낮추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세원(과세대상)을 늘리는 길만이 표를 준 국민이나, 표를 받고 사는 정치권을 모두 만족 시킬 수 있을 텐데, 천문학적인 유보금을 쌓아 두고도 고용창출과 재투자에 관심이 없는 재벌기업들이 야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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