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욱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빈 둥지 증후군
<최성욱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빈 둥지 증후군
  • 이수경
  • 승인 2010.11.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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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향집 거실에 덕지덕지 붙은 사진들을 보고 이해하지 못했다. 앨범에 보관되어 있던 사진들을 부모님이 꺼내어 거실 벽면에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듦에 따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어릴 적 아이들이 다 자라서 타지로 떠나가고 부부 만이 남게 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자식들이 떠나고 난 후 생기는 허탈감, 상실감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증상이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의 경우 구조조정, 퇴직 등과 같은 사회, 경제적 지위의 변화와 관련되어 그러한 증상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음주나 공격성으로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빈둥지증후군은 즐거움의 상실(무쾌감증), 유쾌한 자극에 대한 반응의 소실, 새벽에 일찍 깸, 우울감이 아침에 악화됨, 현저한 식욕저하 및 체중감소 등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빈둥지증후군'과 같은 우울증이 2020년에 인류를 괴롭힐 세계 2위의 질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전 국민의 10% 이상인 500만명이 매년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있고, 자살이 사망원인의 2위를 차지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더 우울증에 취약하다. 우울증 발병률이 남성은 5∼12%인데 반해 여성은 10∼25%정도로 추산된다. 여성의 가임 기간인 20∼50세의 시기에는 산후우울증, 폐경기우울증, 빈둥지증후군, 고부 갈등으로 인한 우울증 등이 급속히 높아지게 된다고 한다. 이는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남편과 달리, 전업주부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시부모와의 갈등, 거기에 다 자란 아이들이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는 데서 오는 상실감 등이 한국 여성의 우울증 발생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남성들은 어떠한가? 남자들에게 퇴직은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이다.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은퇴 폭풍’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퇴직한 남성들은 가정에서 귀찮은 존재로 전락되는 느낌이 들 때 가장 우울하다고 고백한다. 직장과 직급을 자신과 동일시했던 많은 남성들은 퇴직 후 텅 빈 사회 역할을 채우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일터를 잃어버린 공허함과 함께 이러한 증후군이 찾아온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빈둥지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자아존중감과 인생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는 곳이 가족관계이기 때문에 이들의 가족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자녀들은 이미 학업과 결혼을 위해 가정을 떠나고 아내와 단 둘이 남겨진 가정생활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주고 공감하는 정겨운 대화법을 익혀야 한다. 이 기회에 자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반대로 ‘아이들에게 해방돼 제2의 인생이 시작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남편이나 가까운 지인과 함께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계획하고 ‘더 이상 자녀가 중심이 된 인생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가치를 발견하고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상실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추수가 끝나고 텅 빈 논과 함께, 자식처럼 키운 쌀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농업인들의 마음도 '빈둥지증후군'처럼 우울하기만 하다. 농업인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고향에 계신 부모나 친지들께 당장 안부의 전화라도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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