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할 가늠줄
지켜야할 가늠줄
  • 이한교
  • 승인 2010.11.25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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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바람이 시퍼런 칼날처럼 옷깃 사이로 날카롭게 파고든다. 마지막 남은 감잎조차 떨어졌다.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붉은 홍시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바람 부는 데로 불안한 그네를 탄다. 언제 떨어져 땅바닥에 으깨어질지도 모르는 감을 보는 국민이 불안하다. 이 감을 서로(여·야) 자기 거라 다투는 사이 꼭지는 썩어가고, 감은 익다 못해 물러 터져 버릴 지경이지만, 상대에게 양보할 수 없다는 이기적인 행패가 이제 지겨울 정도다. 나라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그들의 끝없는 싸움이 계속되는 사이 연평도 하늘이 무너졌다.

설마 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국민은 당혹스럽다. 혼란스럽고 두렵다. 또한, 화가 치민다. 왜 항상 당해야하고 참아야만 하는가, 힘없는 나라의 서러움인 것을 알기에 지도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 국민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산다는 이유 하나로 무자비하게 융단 폭격을 당했다. 또 우리의 젊은 청년과 민간인이 죽었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공방이 채 끝나기도 전, 또다시 입은 피해의 책임은 두말할 것 없이 당리당략으로 세상을 보는 대표 정당들과 또 다른 지도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나라의 지도자들이 합심하지 못하고 눈앞에 이익만을 쫓은 싸움의 결과이다. 그동안 잘못에 대하여 끝까지 책임을 묻지 아니한 온정주의에 있다. 유전무죄에도 있다. 권력의 힘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가늠줄까지 끊어버리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사람들을 묵인한 국민에게도 있을 것이다.

왜, 정치판은 싸움을 지속할까. 지치기도 하련만 사사건건 안 부딪히는 일이 없이 만나면 싸우는가. 당리당략적인 차원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원칙 없이 평가의 가늠줄조차 변질시키는 의식 속엔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정치적인 시각에서 연평도를 보거나,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국민의 아픔보다는 결국 정쟁의 장으로 끌고 가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하여 망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천암함 사건으로 우리의 피와 살 같은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된 것이 바로 얼마 전 일이다. 그들은 서해 5도서 가운데 연평도와 우도는 대단히 전략적 가치가 높은 섬이라며, 연평도와 우도를 연하는 NLL 선이 붕괴되면 강화도를 발판으로 서울 점령이 삽시간에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위기론을 얘기했었다. 따라서 철통같은 대비책을 준비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대피소 하나 점검하지 못한, 말뿐인 정치인과 지도자라면 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40년 전에 만들었다는 대피소는 주민이 들어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낡고, 비좁고, 냄새나고, 추워 견딜 수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무관심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인 우리가 이를 방치했다는 것은 국민을 주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지도자는 흔들림 없는 철학과 정확한 가늠줄을 지켜야 한다. 절대적인 힘으로 이 가늠줄을 범해서는 안 된다. 바로 그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기본을 지키는데. 큰 무게로 다가오면 물러나야 한다. 앉아서는 안 될 자리에 앉아 구차한 변명을 하거나, 무능함으로 자리를 지키려 한다면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그 자리는 목소리가 크다고, 싸움을 잘한다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가늠줄을 지키고 보호하고, 보존하라고 있는 자리다. 그래서 국력을 키워 어느 사람도 넘보지 못하도록 가늠줄의 격을 높여야 할 책임이 있는 자리다.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워서 가늠줄을 마음대로 흔들라고 보낸 자리가 아니다. 가늠줄이 끊어지면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또 더 처참한 꼴을 무방비 상태에서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을 안심시키고 연평도 주민의 처지에서 복구하고, 모든 지원을 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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