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보수주의, 진보주의의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보수주의, 진보주의의 과제는 무엇인가?
  • 김우영
  • 승인 2010.11.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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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를 어떤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태도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의 보수주의자들은 과연 어떤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과거의 정치사에서 보수주의자들은 유신체제와 군부독재를 지지해 왔기 때문에, 지금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면서 과거의 유신체제와 군부독재의 유효성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한편으로 반공과 경제개발의 논리를 옹호해 왔기 때문에,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허구를 주장하는 것 역시 모순에 빠지게 된다.

사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애매하다. 어떤 새로운 신념이라도 그것이 일반화되면, 이미 진부한 것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새로운 신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정관념이 되고, 변화되어야 할 진부한 신념이 되게 마련이다. 우리의 정치 상황은 진보 진영의 10년 집권의 연장선 상에 있다. 10여년 전의 상황과는 매우 다른 상황에 있다. 민주주의 쟁취는 어떤 의미에서 진보 세력의 어젠다였다. 그러나 그들의 집권에 의해서 이제 이러한 어젠다는 통용되기 어렵게 되었다.

민주주의 사회의 성립은 사실 보수주의자에게나 진보주의자에게나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보수하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보수주의자는 유신체제와 군부독재, 반공과 경제개발 등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보수해야 할 어떤 가치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도 이젠 보수와 진보의 논쟁에서 식상한 것이 되었다. 이젠 양쪽의 어느 누구도 자유 시장경제, 복지를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고, 중도 실용이라는 정책에 대해서도 거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에게 보수해야 할 가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보주의자들에게도 그들이 추구해야 할 이상에 대해서 성찰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다. 과거의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반민주, 개발과 복지, 개인과 전체 등의 대립적인 가치 구분은 유용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찰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이분법적 대립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 간과되어 왔던, 부분들로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과거 시장만능주의 미명 하에 결과한 개인주의의 만연과 지역적 공동체의 와해, 도덕적 가치의 쇠퇴라는 현상은 우리 정치의 새로운 현실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가 자유경쟁 시장을 옹호하면서 시장의 가치중립성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시민 사회가 몰가치적인 시장사회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정과 학교, 교회, 지역공동체, 공공 기관이 시장사회화 된다면 누구나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시장은 우리 사회의 부분으로서만 기능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건전성은 제도의 정의, 경쟁의 공정성, 시민적 덕성을 갖춘 개인들이 존재해야만 유지 발전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정의와 공공선에의 기여, 개인적 성취에 적극적인 시민적 덕성을 갖춘 개인들을 육성하는 일이다.

과거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의 선진화를 이루어 낸 밑거름이 된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그들의 공과를 우리는 간과하곤 한다. 도덕적 가치와 근면, 성실로 무장한 그들을 길러낸 소규모의 지역적 공동체의 유용성을 잊어버리고, 그러한 공동체의 와해와 무목적적, 몰가치적 개인에 기초한 시장 사회를 오히려 장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물질적 소비에서는 풍요롭지만, 개인의 삶과 인간적 관계에서는 비도덕화되어 가는 미래에 결과할 우리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다면, 시민 사회의 소비 자본주의적 시장사회화 현상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

정치는 문자 그대로 도덕적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도덕적 가치에 기초해야 한다. 보수주의자든 진보주의자든 과거가 아닌 미래의 정치적 과제는 어떤 도덕적 가치를 회복하고, 수호하고, 어떤 이상을 추구할 것인가이다. 시민적 덕성을 갖춘 개인들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이다. 친서민 정책, 공정한 사회의 가치는 과거는 진보주의자들의 전유적 구호였지만, 이젠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유용한 가치이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이 진정으로 친서민, 공정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지역적 공동체의 회복을, 시민적 덕성을 갖춘 개인들의 육성을 진정으로 열망하고 있는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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