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권력은 공간?
<기자의 시각> 권력은 공간?
  • 정준모
  • 승인 2010.11.19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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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공간이라는 말이 있다.

절대 권력자와 공간적으로 가까운 곳에 근무하거나 자주 얼굴을 맞대면 고급 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자신의 존재를 한껏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권력과 밀접한 공간은 어떤 식으로든 앞길을 보장하는 출세의 첩경인 셈이다.

사실 감히 눈을 마주치기도 어렵게 느껴지던 권력자도 자주 접하다 보면 그 권력자도 어느새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로 보이는 게 인간사다. 이 때문에 어느 조직이든 누구나 권력자와 상시 접할 수 있는 부서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건 당연지사다.

주식회사를 표방하고 출범한 군산시.

말 그대로 주식회사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물론 사(私)기업이 아닌 군산시에 이윤이란 시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길로 해석된다.

이런 각도로 바라보면 군산의 상품을 홍보하고 세금을 거두고 그늘진 곳을 위해 사랑의 손길을 베푸는 일은 시민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주식회사 이상의 수익을 거둔 고감도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군산에서 생산되는 쌀을 홍보하기 위해 이른 새벽 천릿길 출장,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야할 밤 시간대 자동차세를 내지 않는 얌체 운전자들의 번호판 영치, 일 년 내내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사회복지, 문화예술, 교통, 청소 등등이야 말로 주식회사 군산시를 받치는 주춧돌이 아닐까.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서울에 본사를 둔 군산 지역 사업장에 승진 인사 소식이 들려온다.

군산공장으로 부임할 때 만해도 변방에 밀린 기분이 들어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A씨는 소위 본사 핵심부서에 근무하는 실세를 제치고 승진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했던 ‘권력은 공간’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런 현상은 지자체는 물론 민간 기업 등 여러 곳에서 심심찮게 나타난다.

고대 중국 역사상 가장 살기 좋은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요순시대의 원동력인 ‘발탁인사’가 연상된다.

서해안 중심도시로, 전북 경제를 이끌 막중한 책임이 있는 군산시에서도 ‘권력은 공간’이란 말이 통하지 않길 기대해본다.

<군산=정준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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