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채 남원문화원장> 주인과 머슴론에 대한 딜레마 시대
<이병채 남원문화원장> 주인과 머슴론에 대한 딜레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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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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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화 시대를 맞아 공직자를 ‘머슴’으로 비유하여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머슴’으로 비유하는 것은 시민 즉 민중, 대중이 주인이라는 뜻일 것이다. 다시말해 시민 모두가 주인이라면 공직자들은 공무원과 선출직 국회의원, 시장, 군수, 의원을 비롯하여 모두를 총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527년에 나온 최세진(崔世珍)의 훈몽자회(訓蒙字會)에 고공이 머슴으로 표기된 점으로 보아 머슴의 어원이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서의 머슴은 19세기 특히 1894년(고종 31) 갑오경장 후에 많이 나오게 됐다.



갑오경장을 통해 노비들도 머슴으로 많이 전환했고 호칭도 머슴으로 고정됐다고 한다. 고용기간에 따라 분류하면 일년 단위로 고용되던 머슴, 달 또는 계절로 고용되던 달머슴(月傭)과 반머슴(季節傭)이 있었다. 고지(雇只)머슴이라는 특수한 형태도 있었는데, 일정한 토지나 가옥 또는 식량을 대여 받고 고용주를 위해 일정 기일의 노동을 하거나 일정 작업량을 수행해 주었다. 또 노동력과 농사 경험에 따라 나누면 상머슴과 중머슴 그리고 보조적인 노동을 하는 꼴담살이가 있었다. 이러한 분류는 곧 새경의 차이에 따라 분류되었던 것을 의미한다.

6.25전쟁후로는 고용주의와 주종관계에 많은 변화가 초래되어 과거와 같은 신분적인 세속관계도 희박해졌다. 이러한 사실은 농촌이 근대화하는 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옛날부터 ‘아무리 허름하고 낡은 집이라도 주인이 살면서 관리하면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주인이 지키지 않는 집은 무너지기 쉽고 주인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돌보며 손질하지 않으면 역시 집 구실을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는 기업이나 어떤 조직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요즘 우리사회에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주인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의식’이라는 말은 어떤 일이든 자기가 주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주인의 마음을 풀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주인의식’에 반대되는 의미로 머슴이라는 말을 종종 인용한다. 머슴은 어떠한가? 머슴은 주인이 시키는 일만하며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항상 불평 불만이 많다. 안타깝게도 직장에서는 ‘주인의식’이 없는 직원이 많다고 하며 학교에서도 ‘주인의식’이 없는 선생님과 학생이 많다고 한다. 주인보다는 머슴의 마음으로 오늘에 투자하기 보다는 막연한 내일에 대한 기대감만 간직한채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장사가 잘되는 음식점을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쉽게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런 가게는 종업원 스스로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항상 준비하고 대처한다.

이처럼 ‘주인의식’은 타인의 명령이나 지시에만 의존하기보다 제 스스로 준비하고 실천하는 자립의 정신인지도 모른다. 결국엔 ‘주인의식’ 높은 사람이 책임의식과 참여의식도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보면 그 으뜸으로 ‘주인의식’을 갖춘 인재가 꼽힌다. 회사나 조직 전반에 개인의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주인의식’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갖게되면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인의식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에 대한 구성원의 자각을 높이는 일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교육과 계몽 그리고 모범된 행동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신이 속해 있는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활동 영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 역시 ‘주인의식’을 높이는 방법이다. 걸핏하면 머슴론을 주장하고 있는 정치권이나 고위공직자 모두가 진정 주인정신을 갖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주인이 주인 몫을 못하는 것 또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정치논리에 따른 행정과 의회 만능의 시대임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하나가 각 시?군마다 설치운영되고 있는 행정조정위원회마저 관주도형이다. 언론도 시민도 없는 사회 다시말하면 공직자들에게 주인과 ‘머슴론’에 대한 딜레마 시대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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