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새로운 희망 만들기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 만들기
  • 김흥주
  • 승인 2010.11.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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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정부는 ‘농업ㆍ농촌발전기본계획’을 세우고, 2013년까지 10년 동안 총 119조원을 쏟아 부어 살기 힘들어 떠나는 농촌을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농촌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였다.

그 후 6년이 지난 현재, 과연 한국 농촌은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지시한 대로 뉴질랜드, 네덜란드 농업처럼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산업’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우리 농업ㆍ농촌ㆍ농민의 현실을 보면 이러한 공언들은 또 하나의 ‘신화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앞선다.

농민의 현실은 오히려 비참해졌다. 200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지역 월평균 가구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이 2/3 이상이었다. 도시근로자에 대한 농가의 상대소득은 2007년 73%에서 2009년 66%로 하락했다. 도농 격차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한 가지, 농사비용과 농가구입 공산품 가격은 오르는데도 쌀 등 농산물 판매가격은 하락해 농산물 교역조건이 너무나 나빠졌기 때문이다.

생활환경도 열악하다. 의료 및 문화시설은 90% 이상이 도시에 편재(偏在)하고 있다. 1982년부터 소규모학교 통폐합정책을 추진한 결과, 2009년까지 5,058개교를 통폐합하였다. 2007년 기준 농촌의 보건의료기관수는 6,857개로 도시(46,057개)의 1/7 수준이고, 농촌의 병상 수는 74,970개로 도시(375,149개)의 1/5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정부 농정에 대한 농업인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4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가 시군회장단 224명을 대상으로 현 정부의 농정을 평가한 결과 72.8%가 부정적이었다. 농촌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아주 낮은 편이다. “농촌생활에 만족한다”는 농업인은 10명중 1명(10.7%)에 불과하다(농촌진흥청, 2010). 이 때문에 농업인들은 될 수 있으면 농촌을 떠나고자 한다. 이는 곧 ‘농촌’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불안한 인구구조를 만들고 있다. 특히 농촌 지속의 유효인력(effective labor forces)이라 할 수 있는 10~30대의 농촌인구가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2020년이면 60대 이상 인구가 62.8%에 이르는 극초고령화 사회( ultra-aged society)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활력을 잃은 농촌, 희망을 잃은 농업인, 이것이 우울한 우리 농촌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희망을 만들고 있다. 세 가지 흐름을 주목할 만하다. 첫째, 농촌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90년대 말 이후 귀농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결혼이주여성들로 인해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둘째, 새로운 관계 맺기가 시작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분리되었던 도시와 농촌, 소비자와 생산자, 식과 농의 관계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이나 도농교류 운동, 생협과 같은 대안유통운동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셋째, 새로운 공동체 만들기가 정책적으로든, 주민 자발적으로든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마을 만들기, 커뮤니티 비즈니스, 지역 사회적 기업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진정한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원칙들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지속가능성의 원칙이다. 농촌의 생활환경과 농민의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움직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내생적 발전 원칙이다. 정부의 지원이나 외부의존적인 희망 만들기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주민 참여의 새로운 지역 만들기가 우선 되어야 한다. 셋째, 농촌에 특화된 맞춤형 전략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특히 농촌형 복지모델이 시급히 정착되어야 안정적인 사회재생산이 가능하다.

농촌에서 희망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게 보이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아주 자그마한 가능성이라도 보고 싶다. 거창한 미래를 약속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농촌, 농업의 다원적 가치라도 인정받았으면 한다. 그래서 의식 있는 사람들이 농촌으로 모였으면 한다. 한국 농촌의 미래는 ‘사람 사는 세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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