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호 전 언론인> 계화(界火)방조제를 왜 허물어
<신정호 전 언론인> 계화(界火)방조제를 왜 허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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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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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자 전북도민일보 8면에 실린 부안발(방선동기자)기사를 읽다가 농어촌공사측에 계화방조제를 허물고 있으며 부안군측은 철거에 반대입장이라는 대목을 보고 내 나름의 소회가 일어 어설픈 붓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결정적인 이유가 없는 한 방조제를 허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란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나의 소회를 자전적 이야기 위주로 좀 장황하게 펼쳐보고 싶다.

오랫적에 있었던 일. 1963년 8월부터 조선일보 전주주재기자(그때는 주재특파원이라 했다)로 일하던 나는 그 이듬해(64년) 계화방조제 축조공사현장을 취재해서 내 소속부서인 본사 지방부로 송고한 적이 있다. 그 때 우리는 가난 이라는 전근대적인 현상에 항상 족쇄처럼 묶여있어 춘궁기면 서민들은 의례히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실정이었다. 그런 시절 추진되었던 계화 방조제공사는 적지 않은 국력을 기울인 사업이었고 조국 근대화 플랜의 효시임이 분명하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이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또 제기해서도 안된다.

이런 공사현장을 취재한 나의 기사는 의당 전국 독자가 볼 수 있는 사회면에 실려야 하는데도 자기가 맡은 판을 빛내보려는 본사 데스크의 욕심 탓으로 전남·북에서만 볼 수 있는 호남판에 실리고 말았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나는 지금도 그점이 무척 아쉽다.

방조제공사가 끝나고 여러해 동안 후속공사가 추진되지 않은채 방치되고 있었다. 그러던중 어느해인가 본사 사회부 소속 서청원 기자가 출장 취재차 내려와 기사거리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계화간척예정지로 안내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기사욕심이 많은 편이었고 계화간척예정지같은 큰 기사라도 내가 송고하면 지방판에나 실릴까하는 저어심때문에 그 걸 내 마음속에만 아껴두고 있던 터였다. 지금은 어쩐지 모르지만 그때는 기자의 위상에 따라 기사가 실리는 면(面). 기사의 크고 작음에 달라지는 사례가 허다했다. 아닌게 아니라 서청원 기자의 개답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사는 사회면도 아니고 정치면에 큼직하게 실렸다. 서청원 기자는 뛸듯이 좋아했고 그 마음을 장구한 세월동안 간직하고 있었다. 서청원기자.- 훗날 정계에 입문하여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기도 하고 친박연대를 이끌기도 했던 인물이다. 십수년전 전주에 와서 한나라당 당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와 조우하자 감개깊은 표정으로 또 정치면에 실렸던 그 간척지 기사 이야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닌가. 정치인으로서 이런 저런 일을 겪고 있지만 나는 서청원씨를 천성이 따뜻한 사람, 친화력이 대단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방치되었던 시절을 끝내고 개답공사가 한창이던 때 나는 그 공사현장을 취재해서 기사화 한적이 있다. 그때는 본사의 지시에 따른것으로 전국 독자가 볼 수 있는 특집판에 실려 나 또한 마음이 한결 흐뭇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80년대 중후반 내가 동진농조 관리이사로 있으면서 계화간척지를 가끔 돌아보면서 내 마음속에 품었던 회고지정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지면사정이 있을 것 같아 여기에서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다만 내가 왜정말엽 부안군 상서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원족(소풍)을 갔던 하서면 돈지포구가 광활한 농토를 거느린 농촌으로 변했고 관할도 하서면이 아닌 신설 계화면으로 바뀐것을 보고 세상의 무상함을 새삼 느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부안발 기사를 보면 농어촌공사는 뚜렷한 이유도 내지 않고 방조제를 허물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지금은 돌덩이 하나에도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문화재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것이 극명한 시류인데도 한 때 적지않은 국력을 기울여 축조한 조국근대화 시동의 표상물을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허물어 버리는 것은 무슨 망나니짓(?)이란 말인가. 수백년이 흐른뒤 그 축조물이 어느 만큼의 문화재적 가치로 평가받을지 지금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농어촌공사는 모름지기 부안군당국과 부안군민, 나아가 전북도민 온 국민에게 이유를 빍히??찬반을 묻는 치열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안발기사에 의하면 김호수군수가 농식품부를 찾아가 농어촌공사가 새만금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안군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되어있다. 소통-지금 이 사회는 소통이 온갖 화두로 떠올라있고 소통미흡으로 수조원의 불필요한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대통령도 독선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동네북이 되는 세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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