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질병이다. 왜냐하면 자살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건강성은 어느 정도일까? 대한민국은 2005년부터 5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국가도 이루지 못한 시장경제의 기적을 이루어 신흥 강대국으로 경제적 건강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은 매우 심각한 상태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하루 평균 42.2명(34분에 1명꼴), 즉 연간 1만 5413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살행위가 고령 노인층에서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80세 이상 노인층의 자살률은 20대 보다 5배 이상 높아 노인 자살을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경제적 풍요 이면에 놓여있는 높은 자살률은 우리 사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인가를 반문하게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우울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물론 자살충동의 촉매제로서 우울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림자처럼 우리 곁에 있지만 노인우울증은 무관심으로 인한 사각지대에 놓여 자살을 더욱 부축일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지난해 약 20만 명의 노인들이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고하고 있다. 물론 노인의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함수관계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분명 아니지만, 우리사회의 노인자살이 크게 우려되는 이유는 우울증을 비롯하여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장치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노인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 아버지 세대인 노인세대는 과거 가난과 처절하게 싸워가며 현재 우리세대를 키워냈고 나아가 그 힘을 기반으로 최빈국 이었던 대한민국을 신흥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던 장본인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노인세대는 그 어떤 사회적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소비적 주체로 인식되어 한편으로는 가족 내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버림받고 배제당하며 살아가는 주변인으로 전락한 실정에 있다. 분노, 고독과 소외 그리고 경제적 빈곤과 건강악화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은 노인의 우울증을 더욱 깊게 만들고 나아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상황의 강요’ 속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제는 노인자살을 예방하는 대안이 중요하다. 대안의 핵심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닌 노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리고 인정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경우 우울증이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을 자주 접하는 경찰관과 소방관, 약사, 은행원 등이 지역사회 노인들에게 자살 예방교육을 하고 위험도가 높은 노인을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자살 문지기’ 역할, 즉 ‘게이트 키퍼’(gatekeepe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통합적 노력은 우리 사회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행복하고 활기찬 노후를 위한 사회복지시템은 일차적으로 국가와 정부가 해야 할 몫이지만 이와 더불어 지역사회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아름다운 실천을 위해 손에 손을 잡고 노력하는 성숙함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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