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전면금지가 필요한가?
체벌 전면금지가 필요한가?
  • 유길종
  • 승인 2010.11.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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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관내 초·중·고등학교에 대하여 금년 10월 31일 까지 교육적 목적을 가진 체벌도 일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를 하는 내용을 담은 교칙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한 모양이고, 이에 따라 서울 지역의 거의 모든 학교들은 그러한 내용을 담은 학칙들을 제정하여 금년 1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모양이다.

체벌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는 그간 찬반 논란이 뜨겁게 계속되어 왔고, 교육감이라고 이에 대한 자신의 소신이 없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행법은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체벌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체벌을 정당행위로 인정하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도 교육적 목적이 분명하고 도를 넘지 않는 체벌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마당에, 일부 교육감이 모든 체벌을 금지하는 교칙을 제정할 것을 관내 학교에 사실상 강제하고, 어떤 내용이든 체벌을 하는 교사는 징계를 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도 의문이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의 주장만을 수용한 성급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8조 제1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ㆍ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징계방법으로서의 체벌은 허용되지 않으며, 기타 지도방법으로서도 훈육ㆍ훈계가 원칙이지만,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이 허용된다는 취지다.

원래 체벌이란 신체에 직접적으로 고통을 줌으로써 벌을 행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되므로, 학생의 뺨을 때리는 등의 직접적인 폭행이나 구타는 물론이고, 회초리 등으로 종아리나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 이른바 얼차려(기합)를 주는 행위도 체벌에 포함된다. 법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신체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하는 체벌은 형법상 폭행죄에, 얼차려 등의 행위는 강요죄에 해당될 수 있는데, 다만 이러한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되지 않을 뿐이다.

그동안 교육현장에서의 체벌을 형법상 범죄로 문제 삼는 경우는 극히 희소했지만, 2000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체벌을 한 교사가 폭행죄 등으로 고소되어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다. 체벌을 한 교사의 형사책임이 문제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체벌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추상적인 일반론을 펴는 데서 나아가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요건을 제시하였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체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도 이러한 요건을 갖춘 체벌을 정당행위로 인정하는 것에 별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체벌이 허용되기 위한 요건으로, 체벌이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행해질 것, 체벌의 절차를 준수할 것, 방법이 적정할 것,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을 것을 제시하면서, 특히 방법이 적정할 것과 관련해서는 체벌은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정해진 체벌 도구를 사용해야 하고 위험한 도구나 교사의 신체를 이용하여서는 안 되고, 체벌 부위는 상해가 발생할 위험이 적은 둔부 등이어야 한다고 하였고, 정도가 지나치지 않을 것과 관련해서는 학생의 성별ㆍ연령ㆍ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수인할 수 있는 정도이어야 하고, 특히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학교현장에서 행해지는 체벌들 중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체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험상 체벌이 꼭 필요한 경우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런 경우에는 스승은 제자의 장래를 위하여 사랑의 매를 들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오장풍’류의 무분별하고 인권침해적인 체벌, 감정적인 체벌을 교육현장에서 없애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교육목적의 꼭 필요한 체벌까지도 전면적으로 금지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오장풍’류의 체벌은 정당행위는커녕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로 인정될 것이 명백하고, 굳이 이를 범죄행위로 형사상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교원을 징계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러한 비교육적 체벌을 학교에서 퇴출시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체벌을 하는 선생님의 의도나 방법, 정도를 따질 것도 없이 체벌은 모두 금지된다고 선포하는 것은, 가뜩이나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선생님이 늘어간다는 요즘의 교육현실에서 교육자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참 스승들의 의욕을 꺾고, 학생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무관심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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