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교원의 정치활동 공론화 필요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교원의 정치활동 공론화 필요
  • 이수경
  • 승인 2010.11.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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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교총 안양옥회장이 교원의 정치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즉각 ‘교원 정치활동 허용하면 학교가 싸움판 된다’(조선일보, 2010.10.14) 같은 신문사설이 나온 것을 보게 된다. 물론 ‘교원의 정치활동 허용, 진지한 논의 필요하다’(한겨레, 2010.10.19) 같은 주장도 있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교원의 정치활동 제한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02년 6·13 지방선거당시 민노당 당원으로 활동하려던 중학교 교사 김모씨가 “초·중·고교 교사의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을 금지한 정당법과 선거법 조항을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한 것.

재판부(주심 송인준재판관)는 결정문에서 “교사의 활동이 학생들의 인격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교사의 정치활동은 제한돼야 한다”면서 “교사의 정치활동은 학생의 입장에서 수업권의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대학교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청구인은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하나 양자간의 직무의 본질이나 내용, 그리고 근무형태가 다른 점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탄핵여부까지도 최종 결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니 일단 존중해야겠지만, 그러나 쉽게 납득은 되지 않는다. 예컨대 같은 입인데도 ‘교수는 입이고 교사는 주둥이’라고 했을 때 기분 나쁘듯 법감정상 ‘합리적인 차별’이 논리적으로 성립되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 11조 1항이 규정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에 비춰 차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합리적인 차별’을 적시하고 있지만, 교수의 정치활동에 따른 대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경우를 보자. 출마한 교수들은 대부분 공식선거운동기간에 휴강한다. 하나같이 총선이 끝나면 보충강의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후보 교수들은 당선될 경우 4년간 교수직을 자동 휴직하게 된다. 낙선하는 교수가 되돌아오는 경우에도 대학생들은 수업 기간중의 휴강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해당 강의가 폐강되고 정상시간표 아닌 시간에 보강을 받아야 하는 등 막대한 수업권 침해가 생기는 셈이다.

헌재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소위 ‘합리적인 차별’이라는 것이 1979년 12·12사태를 일으켰던 신군부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결정이라는 사실이다. 1980년 12월 1일 신군부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이유로 교사의 정당가입을 금지시키면서 교수는 제외한다는 예외규정을 둔 정당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그리고 20년 넘게 고등학교 교사의 정당가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던 방침은 사장되어버린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미 1966년 국제노동기구는 교원의 자유로운 모든 공민권 행사를 권고한 바 있다. 2006년엔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교원의 정치활동을 전면금지하는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이다. 툭하면 외국과 견주면서 이 문제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학생의 수업권 침해로 보자면 교사나 교수의 입장이 똑같다. 교원의 정치활동,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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