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환경설계를 통한 안전도시 구현
범죄예방환경설계를 통한 안전도시 구현
  • 윤여공
  • 승인 2010.10.29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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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급속한 현대화,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인 범죄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국민의 생활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한 일련의 강력범죄를 보면 피해자가 주로 물리적 방어능력이 부족한 여성이나 아동 등 사회적 약자로 집중되고 있어서 현대의 도시환경이 얼마나 범죄에 취약한가를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은 사회의 안전상태가 10년 전과 비교해 ‘더 위험해졌다’고 생각하며, 10년 후에도 여전히 ‘위험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사회의 가장 큰 불만요인을 묻는 질문에 ‘범죄발생’(18.3%), ‘경제적 위험’(15.4%), ‘환경오염’(13.5%), ‘국가안보’(10.5%) 순으로 응답하여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여타 요인에 비해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서 범죄 및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비롯하여 정부 차원에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였지만, 형사법적 대책만으로는 범죄 발생을 막는데 근본적 한계가 있으며, 실업과 빈곤, 가족해체 등 범죄의 근본적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고 그 예방효과도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캐나다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가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라는 저서에서 ‘거리의 눈’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이후 1970년대 중반부터 대안으로 대두된 범죄예방환경설계는 범죄가 발생한 후에 취하는 사후대책이 아닌 사전 예방책으로서,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황적 요인을 도시건축설계를 통해 제거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제이콥스는 인위적 용도구분을 근간으로 하는 근대 도시계획이 도심 공동화 현상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범죄발생을 야기시키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비난하면서 복합용도 개발을 통해 ‘거리의 눈’을 증대시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소규모 블록의 필요성, 이웃관계의 회복, 도시기능의 혼재를 통한 다양성 확보 등 사회적 교류 활성화를 통해 인간적 도시구현을 강조함으로써 80년대에 등장한 뉴어바니즘(New Urbanism)에 영향을 미쳤다.

치안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받는 이웃 일본은 증가하는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주민, 행정 등이 연대하여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과 상황을 만드는 ‘방범마을만들기’ 운동이 상당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치현 샤스시로시 사사메쬬지구의 ‘꽃가꾸기 활동’은 많은 주민들이 적은 부담으로 참가하여 범죄예방의 효과를 거둔 사례라고 평가된다. 각 집의 현관 같은 곳 중에서 화분을 통학로, 공원 등 공공공간을 볼 수 있는 장소에 두고 초등학생이 등하교시에 물을 주면서 관찰하는 눈을 늘림에 따라 자연적 감시가 많아졌고 범죄의 발생 빈도도 줄어 들었다.

우리 정부에서도 2009년 7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한국형 안전도시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익산시를 포함한 9개의 시범도시를 대상으로 각종 안전사고와 재난예방을 위한 환경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LH공사에서도 범죄예방에 대한 필요성 증대와 국민적 관심 증가로 신규 공공임대주택단지의 경우 단지선정부터 범죄예방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커뮤니티센터, 어린이놀이터, 경로당, 관리사무소, 보육시설 등의 중앙배치를 통해 이웃간 교류나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있으며, 단지 외곽의 빈공간을 보행자도로나 휴게공간으로 계획하여 자연적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사각지대에는 CCTV를 설치하는 등 범죄예방을 통한 안전도시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존 단지내 녹지와 수목이 우거져 그늘이 지는 공간에 기존 수목 이식 및 신규 수목 식재를 통해, 시야를 가리거나 수목이 채광을 방해하여 어두웠던 공간을 정비하고 산책로 신설 및 주변 유도등이나 보행등 설치를 통해 입주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있다.

도시의 범죄와 무질서 문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 각국 대부분의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범죄예방환경설계는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커뮤니티 주민간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줌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커뮤니티를 복원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지역에서도 범죄예방환경설계는 침체된 도심 주거지의 활력을 재생시키면서 동시에 커뮤니티의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도시주거의 부가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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