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 김우영
  • 승인 2010.10.22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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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사회적 가치가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영웅을 고대한다. 위기와 혼란을 헤쳐 나간 영웅들의 삶에서 어떤 지침을 얻기도 하고, 고단한 삶을 위안 받기도 한다. 영웅들은 자기 이익보다는 대의적 목적에 헌신한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이 개인적 이익에 굴복하는 곳에서 인내하고 견디며, 일반 사람이 굴복하는 두려움을 극복한다. 그들은 그들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행위를 초인적으로 수행한다. 그들은 그들의 행위에 보상이 없다 하더라도 그들의 삶에 만족해 하고 마음의 평온과 평정을 잃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그러한 영웅들의 행위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고 수행하기도 힘들다. 그들의 행위는 일반 사람의 관점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행해야 하는 것으로서의 의무를 넘어서 있다. 그것은 의무 이상의 행위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현실의 상황에서 그러한 사람이 되는 것을 대부분 포기할 수 있지만, 개인적 의무를 넘어서 대의적 목적을 실현하고자 분투하는 그러한 사람이 존재하기를 바라고 원한다. 또한 그러한 사람을 닮고자 하는 열망을 우리들 자신의 본성에서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 <시사 저널>의 보도에 의하면 30여개 분야 전문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 순위는 노무현, 김대중, 박정희 전 대통령, 김구 선생, 김수환 추기경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어서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 김연아 선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스티븐 잡스 애플 회장, 박지성 선수 등이 순위에 올랐다고 한다. 앞서의 인물 들은 큰 족적을 남긴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친숙한 인물들이 우리 시대의 영웅들로 자리하게 된 것이 흥미롭다.

과거의 위대한 인물과 성인들로 연상되는 영웅들의 상이 우리 사회의 여러 활동 분야에서의 모험적 성취를 이룬 인물들로 바뀌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시대에 따라 시민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김우중, 정주영, 이건희 회장 등은 시대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현대 소비 사회의 일그러진 영웅 상도 존재한다. 영화 스타, 스포츠 스타, 재벌 상속자, 왕의 후계자 등과 같은 엄청난 소비 능력을 가진 소비 영웅들이 그것이다.

소비자본주의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작은 소비 영웅을 꿈꾸며, 흉내내는 많은 군상들을 발견한다. 손쉬운 예가 외모지상주의, 명품 열풍, 각종 유행의 광풍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루이뷔통, 프라다, 샤넬, 페르가모 등 소위 명품 브랜드의 정품을 가지기를 원하며,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계를 만들기도 한다. 정품이 어려우면 정품과 구별하기 어려운 명품 짝퉁이라도 소유하기를 원한다. 소비를 실천함으로써 자아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자아 정체성은 우리 소비 사회의 일그러진 영웅 상의 모방일 뿐이다.

우리 시대의 영웅은 우리가 근접하기 어려운 성취를 이룬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전형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칠레의 광부 매몰 사건에서 지하 700m 갱도에 갖힌 33명의 광부들이 구조되기 전까지 69일 동안, 죽을지 살지 모르는 그 상황에서 33명의 광부들이 긴장을 놓지 않도록, 극도의 침착함과 담대함으로 동료들을 이끈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의 이야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엄격한 규율을 세우고, 그러면서도 모든 구성원들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당신들은 내가 책임진다는 리더십을 끝까지 보여주었다고 한다.

루이스 우르수아의 이야기에서 그가 구조용 캡슐을 타고 맨 마지막으로 지상에 귀환하였을 때 세계인들은 그를 영웅의 귀환으로 환영하였다. 그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그가 우리가 넘보지 못할 위대한 족적을 남겨서가 아니다. 69일 동안 갱도 내에서 그가 한 일은 불가능한 능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작업반장이라는 그의 평소 하던 일의 과정과 책무의 연장으로 그는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는 그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였고, 그것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그의 성공은 누가 주시하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의무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수행하여온 그의 태도에 있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은 우르수아처럼 누가 주시하지 않아도, 하찮게 생각하는 곳에서도 자신의 일을 의무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가까운 주위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개인적 이익보다는 대의적인 목적을 위해 헌신한다. 그들은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윤리적 이상에 대한 열망에서 그런 행위를 한다. 그러한 예는 성실한 교사나 공무원, 친절한 점원, 정직한 상인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퇴락하지 않고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주위의 작은 도덕적 영웅들 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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