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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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경
  • 승인 2010.10.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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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으로 끝난 미셸 리 교육감의 교육개혁

박세훈(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미국 공교육 개혁의 기수로 널리 알려져 있던 미셸 리 워싱톤 DC 교육감이 사임을 했다. 자신을 임명했던 팬티 시장의 선거 패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특히 이번 선거의 패인이 미셸 리의 교육개혁에 반발한 워싱톤 DC의 교원노조가 상대 후보인 그레이(Gray) 시의회 의장을 지원한데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간만 있으면 한국 교육을 자랑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미셸 리 교육감을 ‘원더풀 새 교육감’으로 불렀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최고의 교육개혁가로 인정하고 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워싱톤의 교육감으로 임명될 때부터 미셸 리는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워싱톤 DC 지역은 미국에서도 교육여건이 열악하고, 학생의 성적 또한 저조한 지역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팬티 시장이 미셸 리를 교육감으로 기용한 이유는 그가 워싱톤 DC 지역의 교육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줄 적임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셸 리는 학생의 성적을 높이는데 최고의 역점을 두었다. 그것이야 말로 교사들의 존재이유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우수교사의 발굴과 무능교사의 퇴출, 학생의 성적에 근거한 학교 및 교사 평가의 시스템 구축을 서둘렀다. 아마도 당시 미국의 교육부 장관이 가장 하고 싶어 했던 교육개혁에 대한 구상을 미셸이 앞서 시행한 것이다. 그는 다른 교육개혁가들이 5년에 할 수 있는 일을 18개월 만에 해냈다. 워싱톤 교육구의 21%에 해당하는 실패한 학교 21개교를 폐쇄했으며, 270명의 교사와 36명의 교장을 해임했다. 결국 교육개혁을 위해 같이 손잡고 협동해야 할 대상인 교사와 교장의 미움을 산 것은 미셸의 가장 큰 과오라는 평가가 있다.

미셸 리의 사임으로 워싱톤 DC 지역의 교육개혁이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미셸 리의 교육감직 사임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교육감은 정치적인 수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교육감은 교육자이며 정치인이다. 따라서 교육자에게 요구되는 덕목뿐만 아니라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기술과 수완도 지녀야 한다. 처음에 미셸 리 교육감의 소신과 업적에 대하여 학부모와 지역사회는 지지와 호응을 보여주었지만, 나중에는 입장이 바뀐 것이다. 학교의 책무성을 요구하며, 학교나 교사들이 학생의 교육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지만, 자기 지역의 학교들이 폐쇄되고, 자기의 가족이나 친구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학교에서 해임당하는 것을 좋아할 리는 없을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외면하면 결코 교육개혁은 성공하지 못한다.

둘째, 교육개혁의 속도에 관한 것이다. 만일 미셸 리 교육감이 변화와 개혁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고질적인 교육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을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특히 래리 쿠반(Larry Cuban) 같은 교육개혁 연구자들은 미셸 리 교육감이 부임 첫 해에 학교를 폐쇄하고 무능 교사나 교장을 해고하는 극단적인 처방을 시행한 것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과 교육감은 인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교육개혁은 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할 어려운 과제임이 입증된 셈이다.

김승환 교육감의 취임으로 전라북도 교육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육감의 의지만으로 교육은 변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이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앞장서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좋은 교육개혁 방안이라도 교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교육감의 교육개혁 구상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교육 공동체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현재의 교육행정 구조 속에서는 도의회와 지자체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고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할 책임은 교육감의 몫이다. 도민의 숙원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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