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잔인한 10월'
공직사회 '잔인한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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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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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지역의 유명산들은 단풍옷으로 갈아입고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지만 이 좋은 계절에 도내 공직사회만큼은 한겨울 한파가 몰려온 듯하다.

자치단체장 상당수가 선거법 위반 등으로 검찰과 법원을 오가고 있는가 하면 일부 공무원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공직사회 윤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지난 9월에 터진 ‘골프장 게이트’는 정·관계는 물론 교육계까지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곽인희 전 김제시장이 재임시절 행정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됐으며, 이 골프장 확장사업과 관련해 억대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규호 전 교육감은 지난달 9일 이후 행적을 감춰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골프장 사업자와 단체장·교육감 사이를 오가며 로비스트 역할을 해온 도내 사립대 교수도 지난 15일 구속되었다.

이번 사건은 업자와 공직사회 간 유착이 여전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청렴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교육계 수장마저 검은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공직사회가 비리와 부패로 오염돼 있다면 지역 사회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부패가 만연하면 정치는 실패하고 사회도 썩는다.

공직자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와 시골에서, 고위급과 하급 공무원을 막론하고 터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도내에서 경찰에 적발된 토착·권력·교육 비리만 모두 333명으로 이 중 5명이 구속됐다.

그동안 공무원은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수많은 공무원이 지역과 나라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소수의 일탈행위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방죽 물을 흐려 놓는 것처럼 극히 일부 공직자 비리로 인해 공직사회 전체가 매도당하는 바람에 묵묵히 자신의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해 온 대다수 공무원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검·경의 비리공무원에 대한 척결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 내부의 강도 높은 자정을 통해 공복 역할에 충실한 대다수 공무원들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아울러 검찰 수사망을 피해 한 달 넘게 잠적한 최 전 교육감도 늦은 감은 있지만 검찰에 자진 출두해 ‘골프장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 주어야 한다. 진정으로 명예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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