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사라지는 세상이 온다면?
책이 사라지는 세상이 온다면?
  • 김윤태
  • 승인 2010.10.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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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지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의 사고가 멈출까? 미국 소설가 레이 브레드베리의 <화씨 451>을 보면 세속적이고 통속적인 정보만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미래 사회가 등장한다. 빠른 속도의 문화에 중독된 사람들이 쾌락만을 추구하는 미래에 비판적 사고를 갖게 만드는 독서는 불법을 간주된다.

화씨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를 상징한다. 책을 불태우는 것이 직업인 방화수 가이 몬태그는 전혀 의문없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의 아내는 하루 종일 벽면 텔레비전만 상대한다.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오락이나 즐기거나 거실에 앉아 토론없이 일방적으로 벽면 텔레비전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학의 교양학부는 모자라는 학생과 재정지원의 빈곤에 허덕이다 결국 문을 닫았다. 풍요로움을 누리면서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헐벗고 굶주리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대중 스스로 책 읽기를 포기한 사회



인간이 생각이 통제되는 사회에 대한 놀라운 예측이 담긴 <화씨 451>이 보여주는 미친 세상은 현재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있다. 요즘은 별로 방화수가 필요없다. 대중 스스로 책 읽는 것을 거의 포기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인구가 늘고 대중의 규모가 커지고 대중매체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잡지, 책들이 점차 말초적으로 일회용 비슷하게 전락하기 시작했다. 책들은 요약, 압축, 다이제스트판, 타블로이트판, 그리고 내용들은 모두 비슷하게 가볍고 손쉬운 것들로 변해갔다. 소방대의 상관은 “사람들을 얽어매려는 철학이니 사회학이니 하는 따위의 불안한 물건들을 주면 안돼. 그런 것들은 우울한 생각만 낳을 뿐이야.”라고 말한다.

1953년 레이 브레드베리가 묘사한 미래 사회는 우울하게도 오늘날 한국 사회의 풍경과도 너무나 비슷하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광범위하게 보급된 인터넷, 그리고 첨단기술의 아이콘 스마트폰조차 오로지 <화씨 451>에 묘사하는 세상과 놀랄 만큼 흡사하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즐기거나,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고 있다.

우리가 즐기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멋진 텔레비전 광고는 0.5초짜리 아주 짧은 장면들이 수 천 개나 들어간다. 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이미지를 우리의 머리 속에 쏟아 붓지만 좀처럼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학교는 어떤가? 어린 시절 산더미 같은 동화책을 읽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독서할 시간이 없다.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독서를 가르치지 않는다. 오로지 시험성적을 위한 반복적 암기와 문제풀기 능력만 필요할 뿐이다. 좋은 성적은 좋은 대학을 들어가게 만들고 개인의 행복을 좌우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24시간 계속되는 텔레비전 뉴스, 출근길 지하철 역에 쌓이는 무가지 신문들, 인터넷 포탈에서 제공하는 공짜 정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사회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가? 텔레비전 앵커는 더욱 젊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수 개월만에 바뀌며 뉴스는 점점 짧아지고 신문과 포탈의 뉴스도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뒤덮고 있다. 시청률 경쟁, 실시간 검색, 인기 검색어 순위는 우리에게 사회를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볼 시간을 찾아서



단순한 정보와 겉치레에 빠진 얄팍한 정보는 개인의 소비의 대상일 뿐이고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실 우리는 정보기술을 통해 더 연결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더 철저하게 개인화되고 고립적인 생활에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놀라운 살인 사건과 추문, 나와 무관한 다른 사람들의 뉴스, 그리고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우리 자신의 삶을 깊이 생각하는 한 권의 책을 찾아 나설 여유를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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