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은 인류의 기록유산이다
훈민정음은 인류의 기록유산이다
  • 유춘택
  • 승인 2010.10.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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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64번째 한글날을 맞았다. 해마다 맞이하는 이날이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한글날의 감회는 무거운 자괴감으로 자성의 한탄을 피해갈수가 없는 것 같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경쟁의 소용돌이가 물결치면서 자국의 이익증대에만 혈안이 되어 타국의 훌륭한 문화유산 따위엔 백안시해버리는 세태 속에 살고 있다. 우리 한글의 위대성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최근 찌아찌아족 등 여러 소수민족들의 문자채택 결정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다시 한 번 세종대왕의 위업 추모와 세계의 언어 속에서의 한글의 우월성을 살펴보는 한편, 그 우월성에 반하는 우리들의 언어생활 속 잘못을 점검해 보면서 자성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우리가 로마자라고 부르는 라틴문자이다. 그런데 이와 비길 수 있는 우수한 문자 체계는 우리 민족이 창안해낸 한글 뿐이다.

한글은 본래 백성들의 문자 생활의 불편을 덜기 위해 조선왕조의 네 번째 임금인 세종대왕이 1446년에 만든 우리글자로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불렀다. 이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줄여서 정음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한글이라는 명칭은 1907년 주시경(周時經)이 '하기국어강습소'를 운영하면서 쓰기 시작했으며, 1927년에 조선어연구회 기관지인 『한글』을 펴내기 시작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 한민족 또는 위대하다를 뜻하는 ‘한’과 글자를 뜻하는 ‘글’로 이루어진 복합어로써 한국의 글자에 권위를 붙여준 이름으로, '정음'이란 이름과 그 정신이 서로 통한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전에는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서 한국말의 단어나 문장을 표기했다. 이를 차자(借字) 표기라 한다. 그런데 차자 표기로는 한국말을 충분하고 완벽하게 표기할 수 없었다. 이러한 차자 표기의 불편함을 극복하고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여 언어생활에서 불편함이나 억울함이 없게 하기 위하여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다. 훈민정음은 그 당시 학문을 집대성한 것으로 소리 나는 위치와 원리 및 각 음성의 특징을 고려하여 만든 과학적인 문자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당시 서민의 글에 불과하였다. 그리하여 양반 계층에서는 주로 한문(漢文)을 썼으며, 서리(胥吏)로 대표되는 중인 계층은 이두(吏讀)를, 그리고 서민층에서는 언문을 사용하는 3원 체제의 문자 생활을 하게 된다. 이러한 3원 체제의 문자생활은 조선시대 말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갑오경장(1894)으로 그해 11월에 칙령 제1호의 한 조항으로 종전의 한문(漢文)과 이두문(吏讀文)에다가 새로 국문(國文)을 추가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국한문(國漢文) 혼용의 문장을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정부에서 발행하는 관보(官報)도 국한문으로 발행하여 공식적인 국문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근대적인 언문일치(言文一致)를 이루었던 국문시대를 지나 한글시대에 채 돌입하기도 전에 한국은 일제 강점기의 한글 수난시대를 경험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동안 한국은 말과 글의 수호와 발전에 있어서 심각한 암흑기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당시의 한국인들은 한국의 말과 글을 지켜나가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 일제 강점기 후반에 저질러진 악랄한 한글 말살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역사·문화 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인의 말과 한국의 문자인 한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주요한 문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형성·사용되었고, 그 밖에 대부분 문자는 그것이 변용되어 사용되었다. 일정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이 이미 존재한 문자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독창적으로 새 문자를 만들고 그 문자로써 한 언어의 문자화에 성공하여 한 국가의 공용 문자로 사용하게 한 경우는 우리나라의 한글이 유일한 예이다.

이제 564번째 한글날을 맞아 온 국민은 한글의 독창적 특성을 재인식해 주체성을 가지고 고유어 중심의 아름다운 우리말로 언어문화 창달에 서로가 힘써 세종대왕의 거룩함을 거듭 추모할 일이다. 따라서 훈민정음은 한국의 국보이면서 나아가 세계의 기록유산으로 영구히 보존되고 이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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