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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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은
  • 승인 2010.10.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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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Renaissance)의 어원은 다시, 또는 거듭을 뜻하는 re와 태어난다는 의미의 nascere가 결합된 프랑스어로 ‘재탄생’을 뜻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보면, 14세기부터 16세기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에서 일어난 중세 종교에 반하는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혁신 운동이다. 인간의 본성 회복을 대주제로 삼은 이 운동은 중세 종교의 강요 탓에 상실된 인간정신과 지혜의 부활을 통해 인간을 해방시키고, 창조적 사고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르네상스 정신이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된 것은 무엇보다 미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그림에 넣거나 멀고 가까운 것을 무시하던 중세의 그림은 신이 항상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인간은 주변적인 것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부터는 인간중심 사상에 입각해 인간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시선에 포착되는 형태에 따라 사물을 그리는 방법인 ‘원근법(투시화법)’이 전격 도입된 것이다. 원근법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일단 인간의 눈으로부터 그리고자 하는 대상까지를 직선으로 연결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캔버스가 오도록 한다. 공간의 평행한 직선이 평면인 그림에서는 소실점이라는 한 점에서 만나도록 그린다. 이것은 평행선인 철도가 저 멀리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도록 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마 위에 소실점이 오도록 하고 원근법을 적용시킨 작품이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에 나타난 수학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자연수가 뜻하는 의미를 그림 속에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먼저 예수의 눈(이마)에 소실점이 있고, 예수와 오른쪽 인물(도마)은 빛을 받고 있다. 예수의 왼쪽 인물(요한)은 빛을 피하고 있다. 왼쪽부터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는 각각 유다, 베드로, 요한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예수의 제자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사도요한을 그림의 왼쪽에서 여섯 번째에 그려, 예수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수학에서 자연수 6은 가장 작은 완전수이다. 완전수는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자기 자신이 되는 수로 6, 28, 496 등이 있다. 수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피타고라스학파는 6이 완전수라는 사실과 하느님이 6일 동안 우주 만물을 창조했다는 사실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에서 예수를 제외하고 왼쪽에서 여덟 번째에는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았던 의심 많은 제자 도마를 그려 도마의 예수에 대한 부족한 믿음을 그림의 위치로 나타냈다.

수학에서는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자기 자신보다 작아지는 수를 부족수라고 하는데 8은 대표적인 부족수다. 노아의 방주에는 8명이 탔고 8은 부족수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두 번째 창조는 불완전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예수가 열두제자를 두었다는 것은 제자가 충분히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학에서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자기 자신보다 커지는 수를 과잉수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수가 12이다.

미술의 원근법에도 수학이 숨어 있는데 퐁슬레가 이론적 체계를 완성시킨 사영기하학이 그것이다. 사영(projection)이란 어떤 한 점에서 발사되어 대상물에 닿는 빛(직선)의 집합이다. 즉, 내가 평면 위에 있는 어떤 도형을 바라볼 때 내 눈과 도형을 구성하는 모든 점을 잇는 직선의 집합을 말한다. 예를 들어 평면 위에 원이 있다면, 나의 눈과 원 위의 점을 다 연결하면 원뿔이 나오는데, 눈을 꼭짓점으로 갖는 이 원뿔은 원의 사영이 된다. 평면 위의 도형이 삼각형이라면 삼각뿔이 된다. 이렇듯 사영기하학에서는 그 이전까지 기하학이 다루어왔던 공간에 한 점을 첨가하는데 이를 무한원점이라고 부른다. 무한원점은 서로 평행한 직선들이 공유하는 점인데, 이런 면에서 미술의 소실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사영기하는 어떤 물체가 평면위에 사영될 때 그림의 성질들과 공간적인 관계, 즉 투시원근법을 다루는 수학의 한 분야이다. 이와 같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수학은 수세기에 걸쳐 예술과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사영기하, 황금비, 대칭성, 극한과 무한대의 개념들은 르네상스 이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2차원인 평면 종이위에 3차원 풍경을 그리는 미술가는 서로 다른 거리와 위치에서 바라볼 때 사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결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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